[경제칼럼] 우리의 미래 먹거리는 바이오경제에서 (하)

스위스의 끝없는 혁신, 혈압약에서 다보스포럼까지

2017-10-24     이동호 명예기자

가난했던 나라 스위스, 끝없는 변신의 비밀

바이오산업이 대한민국이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면 스위스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는 150년 전에는 유럽 전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국토는 알프스 산맥에 빙 둘러싸여 있는 고립된 분지 국가로서 6개월의 긴 겨울을 지내며 농작물에 의존하나 냉해한 날씨로 농사가 시원찮아 목축에 의존하는 아주 가난한 나라였다.

그러나 먹고 살기 위해 ‘피의 수출’이라는 용병 수출 국가로 변신하다가 세계 최대 시계 생산국이 되고 제약 산업의 강국으로 변신했다. 그 변신은 우리가 알만한 혈압약의 대명사 노바티스 제약에서, 지금은 항암치료제 부문과 바이오산업에 치중하고 있는 스위스에서 우리의 미래 먹거리가 무엇인지 찾아 나서야 한다.

스위스의 혁신산업, 혈압약에서 '다보스포럼'까지

그 외에도 스위스의 혁신 산업들을 보면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세계적인 지식산업의 보고 ‘다보스포럼’, 그리고 초콜릿 제조업 분야 강국이 스위스라는 것도 뜻밖이다. 이처럼 이름만 말해도 알만한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파텍 필립, 스와치그룹, 네슬레, 로슈 제약, 리치몬드 그룹, 터널 공사의 알프 트랜싯,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 반도체, 신젠타 농약, 휴대용 정수통 카타딘, 맥가이버 칼 빅토리녹스 등을 보면 모두 틈새시장에서 세계 톱의 위치를 차지했음을 볼 수 있다. 우리 대한민국도 스위스와 유사한 지리적 여건이지만 세계적 틈새시장에서 우뚝 일어서려면 바이오산업에 명운을 걸 수밖에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의 길이 바이오의 길이라면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퍼스트 R&D(글로벌 1등 기술)’를 제시한다. 바이오경제 시대에는 R&D가 곧 일자리고 산업이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 등 레드바이오 분야는 창업해서 결실을 맺기까지 10년 가까운 세월이 걸린다. 2030년 바이오경제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지금 당장 ‘퍼스트 R&D’의 씨앗을 뿌리고 잘 키워야 한다는 말이다.

바이오의 길 - 퍼스트 R&D 향한 '미친 연구'

어느 한 전문가가 “35~45세 신진 연구자 그룹이 향후 10년간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우리 바이오경제 전략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바이오는 대규모 장치산업도 아니고 목표로 할 질환도 많다. 기술도 아주 세분화 되어 있고 어느 분야가 뜰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미친 아이디어’가 성공하는 분야다”라고 한 말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다.

창업가와 연구자가 미친듯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간섭 없는 지원’이 필요한 사회분위기와 사회관습이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과학자들은 창의성이 가장 뛰어난 집단이지만 틀에 가둬 놓으면 창의성이 가장 떨어지는 집단이다. ‘성실한 실패’는 응원하면서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세리키즈' Vs. 바이오키즈 만들기

여기서 13년 전으로 돌아가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로 세계에서 제일 앞서가는 바이오 왕국의 대한민국이 될 거라는 꿈을 얼마나 많은 국민들에게 심어 주었던가? 만일 그 당시의 꿈대로 이뤄졌다면 지금의 우리 먹거리는 지천에 깔려 있을지도 모르지 않았을까. 지금 LPGA에서 활약하는 톱 여자 골퍼들의 50%는 한국선수들인데, 이것은 1998년 박세리 선수가 LPGA 첫 우승으로 일어난 박세리 신드롬이 ‘세리키즈’를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여기서 황우석 사건과 세리키즈 만들기를 극명하게 대비해 본다.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강력한 실행조직을 갖춘 ‘바이오 콘트롤 타워’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바이오산업 지원과 관리 감독에만 미래부, 복지부 등 7개 정부 부처가 관여하고 있는 것을 일원화하고 정부 역할이 규제를 완화하거나 장애물을 치워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컨트롤 타워’가 탄생돼야 한다. 우리의 확실한 미래 먹거리인 원전 사업을 존폐위기에서 부활시킨 국민의 심판이 바이오 대한민국을 우리 모두의 꿈으로 키워 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