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인터뷰 > 모국서 특별展 연 한기석 화백

2004-05-05     연합뉴스
2004/05/02 05:30 송고  

               
    (서울=연합뉴스) 유진 기자 = "나의 작품세계는 유년시절 배우고 체득한 동양사
상과 현재 살고 있는 서양의 두 길을 합친 것이다."

    지난 4월 27일부터 오는 7일까지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빌딩 1층 전시장에서 뉴
스전문채널 YTN 창사 10주년 기념 특별전시회를 여는 재미동포 화가 한농(韓農)  한
기석(74) 화백은 "평론가나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아름다움과 추함에서 해
방될 때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1996년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세계유엔연맹협회(WFUNA) 창설 50주년  기념
우표에 소개된 작품 '감나무'로 잘 알려진 한 화백은 1952년 미국으로 건너가  작품
활동을 해 왔으며 오랜 이국 생활에도 동양화의 인상을 그대로 간직한 작품들을  통
해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세 살 무렵부터 습작을 시작했다는 한 화백은 "어릴 적 10여년간 배운 사서삼경
과, 주역, 노자의 도덕경 등 동양사상은 사물을 깊이 생각하는데 도움이  됐다"면서
"아무 색도 형태도 없는 것에서 작가의 느낌과 생각이 모아져 서로 연결될 때  깊이
있는 작품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 대해 국내외 평론가들은 '동서양을 합쳐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쓴다', '이질적인 문화와 사유체계,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이 그림언어를 통해 소통하고  이해시키고  다가간다'
등의 표현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평하고 있다

    현재 미국 버지니아의 한적한 전원마을인 레온에서 부인과 단 둘이  살고  있는
그는 "40여년 전 젊은 시절 어느날 밤새워 작업하고 맞은 새벽에 느꼈던 영감이  나
의 작업 발전의 계기가 됐다"며 "지금도 하루도 빼지 않고 작품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한 화백은 "나의 개인적인 목표는 이해를 통한 인간성의 더욱 원숙한  경지이며
나의 예술이 이것을 증명해 준다"라며 "직업적인 성공은 즐거운 일이나 이것은 인간
성의 성숙을 이룬 다음의 부차적인 일"이라고 예술관을 피력했다.

    "아름다운 것은 무엇이 그리 아름답고, 추한 것은 무엇이 그리 추한가"라고  반
문하는 한 화백은 "석양의 노을은 주위 환경과 빛에 의해 아름답고 쓰레기더미도 다
른 눈으로 볼 때 아름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화백은 한국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나 자신도 만족하지 못하는 작품을 딴 사
람이 만족하기를 바라는 것은 안된다"며 "진짜 프로와 어설픈 프로는 그 노력과  경
험, 정신세계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리가 약간 불편한 것을 빼고는 건강이 좋다는 한 화백은 "미리  계획을  세워
놓고 살지는 않지만 앞으로도 꾸준한 작품활동과 전시회를 계속하고 가끔  젊은이들
을 위해 특강도 하겠다"며 "자식도 없어 내가 하고 싶은 작업도 마음대로 할 수  있
으니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맞는 모양"이라며 말을 맺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감나무'를 포함, 달밤의 풍경, 항아리, 감나무,  피리부는
여인, 나무, 길, 산, 음양의 조화 등 자신이 즐겨 사용해온 소재들을  단순하고  분
명한 구성 속에 담은 1977년 이후 최근까지의 작품 5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미국, 프랑스, 대만, 일본, 스페인 등에서 수십회의 개인전을 가져 영국과
미국, 이탈리아 등의 인명사전에 실렸으며, 그의 작품은 한국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
대만 타이베이(臺北) 국립역사박물관, 인도 뉴델리  국립현대미술관,  샌프란시스코
동양박물관, 페루 리마 국립미술관, 스페인 마드리드 왕궁 등에 소장돼  있다.(사진
있음)

    yoo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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