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딸아이 제발 캄보디아로 돌려보내주세요”

훈센 총리, “남편에게 살해된 캄보디아 여성 딸 보내 달라” 박 대통령에 부탁

2014-12-16     박정연 재외기자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에 참석 중인 훈센 총리가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 중 ‘최근 한국인 남편에 의해 살해된 캄보디아 여성의 5살 난 딸아이’를 캄보디아로 돌려보내줄 것을 요청했다고 '프놈펜 포스트' 등 현지 언론들이 지난 15일(현지시각) 일제히 보도했다.

훈센 총리는 박 대통령에게 한국인 남편 이 모씨의 살해협의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딸아이를 캄보디아에 사는 외할머니 품으로 돌려보내줄 것으로 부탁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구체적인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법원의 재판과정을 예의주시하면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현지언론들은 전했다.
 
지난 8월 23일 새벽(한국시각)에 발생한 ‘임신 7개월 캄보디아 여성 교통사망사건’은 남편이 운전한 차 조수석에 앉아 있다가 화물트럭을 받는 사고로, 사망한 여성의 혈액에서 다량의 수면제성분이 검출됨에 따라 경찰 당국은 아내 이름으로 된 95억 원짜리 보험에 가입한 남편의 사전 계획된 범행으로 보고 현재까지 남편을 구속해 조사 중이다.
 
한편, '프놈펜 포스트'가 단독 입수한 주한캄보디아대사관(대사 숫 디나) 공식서명문서에 따르면, 훈센 총리의 요청에 앞서 대사관 측은 남편 이 씨의 살해협의가 유죄로 확정된다면, 두 부부 사이에서 난 딸아이는 캄보디아로 보내져야 한다는 요청 내용을 이미 우리 정부에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딸아이의 외할머니 오욱 사벵 씨는 이달 초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손녀딸이 “크메르어를 전혀 못하는 만큼, 그녀가 살고 있는 보다 좋은 환경에서 길러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며 손녀딸이 한국에서 자라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으나, 14일 현지 언론과 가진 전화인터뷰에서는 이를 번복, “사랑 받을 수 있는 환경에 키워지는 것이 손녀딸을 위해서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외할머니 오욱 사벵 씨는 “지난 2008년 당시 19살이던 딸이 결혼중개업자의 소개로 20살 연상의 한국남성과 결혼했으며, 딸이 일 년에 4차례 정도 500~1,000불정도 생활비를 통장으로 보내왔다며, 딸 소식이 뜸하긴 했지만, 그래도 딸이 결정한 삶인 만큼 잘 살고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한편, 훈센 총리의 발언 소식을 접한 캄보디아 교민들은 “정말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한국인 남편의 천인공노할 범죄를 성토하면서도, 크메르어도 모르는 5살 어린소녀를 생활환경이 열악한 캄보디아로 돌려보내는 문제에 대해서는 솔직히 회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