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동포 위한 ‘귀환동포지원법’ 제정 절실”

임채완 교수 “국내 거주 고려인 동포들의 법적 보호 최우선돼야”

2014-06-02     김경삼 기자

“고려인 동포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귀환동포지원법’ 제정이 절실합니다.”

전남대 임채완 교수는 지난 5월 30일 제주 해비치호텔서 열린 제주포럼에서 현재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 동포들이 한국사회에 잘 적응하게끔 하려면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고려인 동포들의 자유왕래 △영주권 발급 확대 △F4(재외동포비자) 자격 동포에 대한 취업제한 철폐 △고려인주민통합지원센터 설립 등의 내용이 담긴 ‘귀환동포지원법’ 제정만이 국내 거주 고려인 동포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 거주하는 3만여명 고려인 동포들의 가장 큰 문제는 ‘법적문제’”라고 지적하며 “지난해 10월 전국 최초로 광주시에서 제정한 ‘고려인주민지원조례’와 같이 정부의 고려인 지원정책은 이들의 법적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한다”고 덧붙였다. 고려인 동포들을 위한 법을 따로 제정해 이들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법에 의해 적용받는 부작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려인지원시민단체 ‘너머’ 김승력 대표도 “현재 국내에 있는 고려인들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법적·경제적으로 열악한 처우에 놓여 있다”며 “맞춤형 지원정책이 가능한 귀환동포지원법이 하루 빨리 제정돼 이들이 지방참정권이라도 우선 부여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임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재외동포재단 측이 올해 고려인 이주 150주년을 기념하여 특별히 마련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내로라하는 정관학계 인사들이 모여 ‘고려인 이주 150주년과 글로벌 한민족네트워크’라는 주제로 고려인 동포사회의 발전 방향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펼쳤다.

유일한 발제자로 나선 서울대 인류학과 전경수 교수는 “이제 우리는 고려인 동포를 비롯한 720만 재외동포들을 디아스포라적인 관점뿐 아니라 ‘글로벌리즘(Globalism)’관점으로 함께 바라봐야 할 때”라며 “한국기업이 전 세계에 진출해 있고 남북관계에 따라 재외동포들의 위상이 급격히 변화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디아스포라적인 관점만으로 이들을 대하는 건 과거지향적인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글로벌리즘은 ‘급격한 경제성장’이라는 한국사회의 독특한 성격이 반영된 디아스포라 모델을 완성하는 데 꼭 필요한 관점이라는 것이다.

전 교수는 과거 남미 불법이민자들과 함께 살면서 조사연구를 했던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재외동포재단의 이민연구는 피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재단은 보다 심도 깊고 체계적인 조사연구를 할 수 있는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재단 측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어 외교부 김종한 재외동포과장은 외교부의 현 고려인 동포사회 지원정책에 대해 소개했다. 김 과장은 오랜 기간 모국과의 단절로 인해 약화된 고려인 동포들의 정체성 회복에 역점을 두고, 이들의 현실을 감안한 맞춤형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고려인이주 150주년 기념사업 지원 △법률 및 영농지원사업 다각화 △역사 및 문화교육지원 강화 △국내 체류 및 취업여건 개선 등을 중점 과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인 동포사회 발전을 위한 여러 제언들도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동아일보 방형남 논설위원은 “일반 국민들이 고려인 동포사회에 대해 큰 관심을 가져야만 여론이 생기고 정부와 정치권을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며 고려인 동포들에 대한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관심을 촉구했고, 전대완 외교부 본부대사는 우즈베키스탄 지역에서 근무했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고려인 동포사회 내 한국국제학교를 설립해 이들이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게 하자”는 방안을 내놨다.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김석환 초빙교수는 고려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이들이 지닌 개척과 진취적인 특성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색다른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고려인’이라는 용어는 탈향, 이주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고 재외동포 전체 범주에서 구분돼있는 느낌을 준다”고 지적하며 고려인 동포들을 ‘재러동포’ ‘재카자흐스탄 동포’ 등과 같은 말로 바꿔 부를 것을 제안했다.

이번 포럼을 주최한 재외동포재단 조규형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이번 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이 먼 제주까지 오신 분들은 재외동포사회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라며 “이 자리가 고려인 150주년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코리안 글로벌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책적 토론이 이뤄지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 국회의장이자 현 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 박관용 이사장은 “최초의 코리안타운을 이룬 고려인들이 강제이주 등의 고통을 겪는 것을 보고 그동안 매우 가슴 아팠다”며 “한국이 장차 경제대국으로 뻗어나가는 데 안내자가 될 고려인을 비롯한 재외동포들을 위한 새로운 정책이 활발히 논의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외동포재단이 마련한 이번 토론회는 ‘제9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 속한 세션으로,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끝마쳤다. 이후 조규형 재단이사장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6시 20분 제주포럼 폐회만찬에 참석, 사흘간의 포럼 일정을 마무리했다.

   
   
▲ 행사장 한켠에 마련된 재외동포재단 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