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첫 한인 이민자 출신 아르헨 주교 탄생

문한림 신부가 그 주인공, 부에노스아이레스 산마르틴 성당에서 서품식 거행

2014-05-06     계정훈 재외기자

한인 이민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올해 2월에 주교로 임명된 문한림 신부(59)의 주교 서품식이 지난 4일 오후 6시 30분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산마르틴의 헤수수 부엔 빠스또르(Jesus Buen Pastor 성당)에서 거행됐다. 산마르틴 교구는 원래 현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구장으로 있던 곳으로 문 신부는 이날 산마르틴 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됐다.

산마르틴 교구장인 기셰르모 로드리게스 멜가레스 주교가 집전한 문한림 주교 서품식에는 마리오 뽈리 추기경을 비롯한 오스까르 오헤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등 아르헨티나 카톨릭 교회의 수반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인사회와 산마르틴 주민들의 대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서 개최됐다. 이날 서품식은 밀려든 인파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없자 성당 야외광장에도 두 개의 대형 화면을 설치하고 좌석을 마련했다.

한인사회에서는 한병길 대사 내외를 비롯한 공관직원들, 이병환 한인회장과 단체장들, 문 주교의 어머니 박원일 여사와 가족, 한인성당 신자들, 그리고 많은 지역 주민들이 참석해 기쁨을 함께 나눴다.
서품식에서 멜가레스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 신부를 보좌주교로 임명한 전문을 읽게 하자 400여 신자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고, 추기경과 주교들이 차례로 문 주교의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했다.

문 주교는 "무엇보다 평생을 사랑하고 나의 삶을 주신 주님의 은총 속에 산마르틴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근원으로 보좌주교로서의 사명을 다 해 나갈 것이고, 우선적으로 신자들과의 소통, 교회의 결속에 신경 쓰겠다"면서 "산마르틴과 3 de Febrero 주민들, 그리고 한인사회에 감사드리고, 내가 태어난 조국 대한민국과 나를 성숙하게 만든 조국 아르헨티나에 무한한 긍지를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 주교는 이어"예수님은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고 홀로 남지만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하셨다"면서 "저도 이 같은 주님의 말씀과 희망 속에 살고 싶고, 예수님이 부활해서 행복과 영생을 위해 우리를 동반하고, 우리에게 길을 비춰 주시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신다는 것을 항상 마음 속에 간직하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문 주교가 입은 제의는 한국의 장익 주교가 보내 온 것으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8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5월 4일 여의도에서 103위 순교선열을 시성했을 당시 입었던 교황 제의를 만들고 남은 천으로 또 하나를 만들어 보관했던 것이다. 문 주교의 제의 문양은 임금들이 용포에 사용된 구름 문양이다.

서품식이 절정에 달하자 신자들은 합동 기도를 올리는 한편 마리오 뽈리 추기경이 문 주교에서 '성모경'을 한국말로 낭송해 달라는 요청에 따라 이를 이행했다.

문 주교는 가톨릭대 신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76년 가족과 함께 아르헨티나로 이민해 1984년 현지에서 사제품을 받았고 주교로 임명되기 전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의 코스마와 다미아노 성인성당의 주임 신부로 사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