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 지역별로 다른 동포정책 필요”

[원로에게 듣는다] 김길남 국제한민족재단 이사장

2013-04-12     박상석 편집국장

- 지난 10년 동안 재외동포사회는 어떤 진전이 있었나?
우리 재외동포 역사가 러시아를 기준으로 하면 150년이 넘어가고, 미주를 중심으로 하면 110년이 됐으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이승만 정부에서부터 현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는 재외동포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이 만들어진 적이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부족한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오로지 김영삼 정부 때에 김영삼 대통령이 해외를 방문할 때마다 해외동포청, 또는 교민청 설립의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고 해외동포청 대신에 재외동포재단이 설립됐다. 이후 김대중 정부에 이르러 복수국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다가 복수국적 허용 대신에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그렇지만 여태까지 재외동포정책에 대한 방향이 제대로 서 있지 않았던 상태이며, 대표적으로 재외동포에 대한 ‘정의 규정’이 불분명하다.

재외동포재단법에는 재외동포를 혈통주의로 정의해 한국인의 피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다 재외동포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에서는 거주 지역별 차이를 인정해 국적주의로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국적을 소지한 자나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이전에 국적을 소지했던 사람의 존비속을 재외동포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런 두 법률의 차이로 인한 모순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정도로 잘못된 것이어서 많은 문제를 가져왔다. 2003년도 전환기적 상황인 10년 전 <재외동포신문>이 최초로 창간돼 700만 각국 재외동포들의 요구에 관심을 갖고, 재외동포 전반의 문제를 실현하도록 동포들의 목소리를 한국 정치권과 정부 기관 당국에 전달하는데 역할을 한 것은 참으로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재외동포신문>이 창간된 이후 지난 10년 동안의 재외동포사회는 100년 동안의 재외동포사회의 발전과 변화보다 더 큰 성과를 거두고 변화했다. 그 이유는 첫째 재외동포의 인적자원의 연대, 둘째는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재외동포들의 자유로운 왕래가 허용되고 민족공동체에 머물던 재외동포사회가 2005년 헙법재판소 위헌판결 의해 역사적인 재외국민참정권 회복이 이뤄지면서 재외동포가 국민공동체로 태어난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렇게 지난 10년은 근대 재외동포사에서 역사적 격변기였고 성장기였다.

이런 시기에 만들어진 <재외동포신문>은 동포사회에 이주지역 환경과 이주 동기가 다른 동포사회 전체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본국과 정치권에 전달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 최근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당이 대선 직전에 내놓은 재외동포 관련 정책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 재외동포 정책 추진을 촉구했다.
양당의 복수국적 문제를 살펴보면 허용 연령을 60세 또는 55세로 낮출 것인가. 아니면 특정 나이를 규정하지는 않지만 점진적으로 복수국적 허용 범위를 확대할 것인가 하는 정도로서 양당의 입장 차이가 크지 않다. 반면에 민주당 김성곤 의원이 병역문제와 관련해 제안한 내용 중 재외국민 병역을 재외공관 공익요원으로 활용하자는 대체복무제 제도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정도로 획기적이고 괄목할만한 아이디어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대사관과 영사관마다 민원과 관련해 불친절하다고 불만들이 많은데 현지 언어가 능한 이들에게 대사관에서 복무하며 업무를 배우도록 하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좋은 방안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병역문제는 새누리당이 시큰둥해 이번에 양당이 합의된 것으로는 발표되지 않은 것 같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재외동포정책과 관련해 현장을 피부로 느끼는 감이 부족하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30년, 40년 동안 정부가 추진한 동포정책 중 복수국적자의 국내 주민등록 문제이다. 시민권을 취득한 사람의 경우는 국내 주민등록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한국여권을 발급받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에 반해 수십 년 동안 국적을 유지하면서 영주권자로 살고 있는 재외동포의 경우에는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주민등록이 말소되고 없어서 재외동포 국내 거소증을 가지고 국내에서 완전 외국인으로서 움직여야 한다.

이들은 외국인 대접을 받으며 5년마다 번호가 바뀌는 여권을 재발급 받아야 하고, 은행업무 등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만 35세 이상으로 병역문제가 걸리지 않는 사람은 양국 국적을 갖고 여권을 양쪽 다 사용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형평성에 문제가 많다. 이렇게 모두가 아는 현장의 불합리한 문제를 정치권과 외교부에서는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따로 있다. 미국의 경우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여론 주도층을 형성하고 있고, 일본의 경우에는 한국의 참정권 보다는 일본의 지방 참정권에 더욱 관심을 갖는 민단 사람들이 여론 주도층을 형성해 이들의 목소리에 재외동포정책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해외에 가서 이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돌아와 정책화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재외국민선거만 해도 여론을 주도하는 소수 주도층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높게 반영돼 현실보다 과대포장이 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당이 최초로 대선에서 내세운 재외동포정책을 실천하겠다는 합의문을 함께 발표하고 나선 것은 무척 고무적이고 발전적이라고 본다.

- 향후 10년, 재외동포정책은 어떻게 가야 하나. 또 <재외동포신문>의 바른 방향은?
정부에서 서로 입장과 상황이 다른 전체 재외동포를 일률적으로 묶어서 재외동포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앞으로 재외동포정책은 일본교포와 중국동포, 미주동포, 아ㆍ중동동포 등 재외동포 거주국과 이주 동기별로 다른 관심사와 상황을 감안하는 내용으로 정책이 각각 달라야 한다.

그럴 때 제대로 된 동포정책이 될 수 있다. 현실 상황에 맞지도 않은 하나의 정책을 만들어서 일률적으로 적용하려고 하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하나의 잣대로 거주국내의 상황과 여건이 다른 동포사회의 문제를 획일적으로 판단해 처리하려는 것은 크게 잘못됐다. 정책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이러한 고려를 해야 한다.

재외동포재단의 역할에 대해서도 심각한 수준으로 고민해야 한다. 재외동포재단이 설립되기 전부터 동포재단이 설립되면 재외동포 관련 모든 정책을 총괄키로 약속했는데, 그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다. 재외동포 전체의 권익을 위한 전담기구로서는 재단의 권한이 약하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도 동포 문제를 잘 이해하고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맡아야 하는데, 동포재단이 뭐 하는 곳인지 모르는 사람이 앉아 있다. 이것은 심각한 일이다.

지난 10년 <재외동포신문>은 재외동포에 대한 제대로 된 기준도 세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말 많은 일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국가와 지역별로 메인 이슈를 분할해 접근했으면 좋겠다. 아중동지역의 경우, 재외국민들이 위급한 상황에서 놓였을 때 현지 외교관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당황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런 아중동지역에 대해서는 재외국민보호법과 관련한 문제를 <재외동포신문>이 짚어주어야 한다.

또 중국동포들에 대해서는 <재외동포신문>이 한국정부의 차별정책을 지적하고 그들과 공통의 관심사인 한국문화를 가지고 다가가는 등 지역별, 국가별 포커스별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는 재외동포재단이 보다 전문화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라든지, 재외동포재단의 난맥상을 지적한다든지 하는 동포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따끔하게 지적하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전 세계 한인사회가 전환점이자 기로에 서 있다. 한인회가 온통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어서 걱정을 하고 있다. 이런 한인회들의 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재외동포신문>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앞으로 10년을 나아갔으면 한다.

주요 프로필
●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학과 졸업
●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총회장
● 세계한민족대표자협의회 의장
● 세계한인회장대회 의장
● 한민족평화포럼 공동의장
● 현 단국대학교 동포문제연구소장
● 현 한국문화국제교류운동본부 공동대표
● 현 경북대학교 국제협력 자문교수
● 현 단국대학교 초빙교수
● 현 국제한민족연구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