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이젠 정부가 나서야

임재호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 강사)

2012-07-13     임재호

케이팝(K-pop, 한국대중가요) 열풍이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인 미국을 흔들었다. 검색 사이트 구글이 지난 5월 21일 캘리포니아 구글 본사 앞에서 마련한 케이팝 콘서트를 보기 위해 미국 팬들은 새벽부터 1Km 넘게 줄을 섰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7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공연 티켓 2만2000장은 발매 1시간 만에 동이 났고, 공연이 끝날 무렵 유튜브에는 19만 건의 댓글이 달렸다.
 케이팝의 열풍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여주는 기사다.

 지난 1990년대 후반에 국내 인기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를 중국에 수출하면서부터 불기 시작한 한류는 그 뒤에 인기 그룹 HOT의 열기로 이어지면서 중국에서 한류라는 단어가 생기게 되었다. 이후 욘사마 광풍을 몰고온 ‘겨울 연가’가 일본에서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뜨겁게 달아 올랐다. 이후 조선의 궁중음식을 다룬 드라마 ‘대장금’이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에 이어 중동에까지 그 인기가 이어지면서 한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게 되었다.

 2000년대 중반 주춤하던 한류의 바람이 2010년 전후로 다시 제2의 한류의 주역인 케이팝이 큰 호응을 얻으며 한류의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5월 1일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앞에서 케이팝 팬 300여명이 추가 공연을 요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6월 10일 파리의 한 공연장에서 열리는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의 입장권 7000장이 인터넷 예매 15분 만에 모두 팔려 버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제발 공연 하루 더 해주세요’라는 한글 피켓을 들고 동방신기, 소녀시대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문화의 자존심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서 한국 가수들이 공연을 펼치고 각국에서 몰려든 1만여명의 유럽 젊은이들은 열광했다. 우리 가수들이 무대에 오르자 태극기와 한글이 새겨진 옷을 입고 ‘한국어’ 노래를 따라 부르고 함께 춤을 추었다.
 케이 팝 가수들의 첫 유럽 공연을 전하는 기사를 보고 있노라면 뭔가 잘못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믿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들이 정말로 저렇게까지 열광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등 정도다.

 케이 팝이 일으킨 제2의 한류 바람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 아랍권, 남미로까지 거세게 퍼져나가고 있다. 유럽 젊은이들이 공연장에 몰려들고 한국어로 노래를 따라 부른다. 공항에 마중 나오는 극성팬까지 생겼다. 소셜 미디어의 등장과 이를 통한 마케팅 덕분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노래와 춤, 외모 등 3박자를 갖춘 콘텐츠의 힘이다. 세계적인 음악 프로듀서들까지 극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케이팝이 이끄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2010년 5조 원에 육박했다. ‘문화 한류’가 ‘경제 한류’로 이어지면서 지난해 중동지역 수출액이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최근에 진출한 유럽에서도 한국의 이미지 상승에 따른 경제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지난해 케이팝 가수들의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23억 건이나 됐다. 전세계 180여 개 한류 팬클럽의 회원 330만 명은 자발적이고 충성도 높은 한류 홍보 요원이다. 유튜브에 넘쳐나는 한류 콘텐츠를 이해하고 한국의 TV 드라마를 원어로 감상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도 급증했다. 미국에선 한국어가 ‘7대 주요 언어’에 포함됐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 여겨졌던 한류 열풍은 2000년대 중반으로 오면서 주춤하게 되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여기에는 진출 기업들이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등의 준비 부족이 있음은 물론이다. 게다가 정부는 적극적으로 한류 열풍을 지원하기 보다는 뜻밖의 호재에 과실만을 따먹은 느낌이 강하다. 
 이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케이팝을 비롯한 드라마, 영화, 애니매이션, 게임 등 한류 종사자들은 양질의 인력과 꾸준한 콘텐츠 개발 등 당연히 많은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문화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일 더없이 좋은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 제2의 한류까지 일시적 바람으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정부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지적재산권 보호와 불법 복제품들이 해외에서 판치는 등의 불합리한 제도와 환경 개선은 물론 체계적인 홍보 및 해외활동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 문화의 우수성이 세계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유통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살피고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는 등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 또한 한류 못지않게 국내 문화콘텐츠의 인프라를 튼실하게 구축하는 일에도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