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갈건가?

[칼럼] 곽재석 이주·동포정책연구소 소장

2011-11-25     곽재석

오는 11월 29일부터 부산에서 세계개발원조총회가 열린다. 불과 40여년 전에 한국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이 땅은 도저히 남의 도움이 없이는 하루하루의 생활이 어려운 절대빈곤의 나라였다. 기아와 질병은 이 땅의 백성들이 도저히 떨쳐 버릴 수 없는 천형처럼 받아들여졌고 격조 높은 문화와 세련된 생활과는 전혀 거리가 먼 처절한 생존만이 유일한 삶의 목적이었다.

그런데 최빈수원국인 한국에 뿌려 줄 구호물품을 싣고 온 배들이 드나들던 바로 그 부산에서 세계 빈곤 해결을 위한 개발원조회의가 한국 주최로 열린다는 사실은 정말로 가슴 뿌듯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금번의 세계개발원조총회에서는 한국의 눈부신 고속성장의 신화를 바탕으로 한 “한국형 원조모델”에 대한 논의도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숨가쁘게 달려온 성장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이제는 찬찬히 우리가 쌓아 온 업적들의 공과를 분석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점검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더욱 지키고 가꾸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찾아내고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성장 패러다임을 재설계해야 한다.

나는 여기서 지난 반세기 한국성장의 중요한 요소로서 동포사회의 역할을 빼놓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의 끼니를 굶을지언정 모국의 발전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기 위해서 해외에서 갖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재외동포사회의 정성과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OECD 10위권에 올라섬에 따라 최근에는 해외로 나갔던 동포들의 역이주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거주국과 모국간의 경제활동을 위하여 재외동포들의 출입국도 잦아지고 그에 따라 국내에 체류하는 재외동포들의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국내 체류 재외동포가 2003년에는 15만 6천여명에 불과하였는데 지금은 56만 7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국내에 체류하는 재외동포들에 대한 안정적인 체류 및 경제활동 지원 서비스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 널려져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타를 통해서 불가능한 재외동포들에 대한 특화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데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왜냐하면 국내 체류하는 재외동포들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 조선족 동포들이며 사실은 이들이 방문취업비자라는 반외국인근로자 신분의 자격으로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지원은 외국인근로자 서비스나 또는 다문화정책 차원에서 하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조선족 동포들에 대한 공공연한 적개심과 반감을 표출하는 집단이나 개인도 없지 않다. 참으로 배은망덕한 짓거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너무나도 짧은 소견과 바탕을 망각한 언행들에 대해 일일이 힐난하고 대응하고 싶은 욕구마저 일어나지 않는다.

오늘의 우리를 존재하게 한 동포사회에 대한 감사함이나 또는 거창한 민족주의적 사명감 같은 것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앞으로 우리 사회가 또 다른 발전을 위해서 과연 동포사회의 존재와 역할이 정녕 필요없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세계개발원조총회를 통해 남의 나라의 어려운 이웃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하는 문제는 고민하면서도 정작 해외에서 고군분투하고 그리고 국내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제 나라 제 민족 하나는 제대로 거두지 못하는 못난 국가와 민족은 되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