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민‧다문화청’을 설립해야 한다

2011-01-21     김성회/(사)한국다문화센터 사무총장
지난 1월 14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제8회 외국인정책위원회가 개최되어 2011년 외국인정책 시행계획을 확정했다.

이번 외국인정책위원회는 다른 어떤 회의보다 의미가 깊은 자리였다. 왜냐하면 지난해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를 아는 것인지, 회의 서두에서 김황식 총리는 "2010년 12월 말 체류외국인이 125만 명을 넘어섰다"며,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외국인 정책을 수립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무총리의 이 같은 서두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날 확정돼 발표된 2011년 외국인 정책 시행계획은 실망스럽다. 그것도 그럴 것이 2011년 시행계획 원칙이라고 발표한 ▶해외 우수인재 유치강화 ▶다양한 이민자의 수요에 부응하는 종합적인 사회통합정책 추진 ▶취약계층 외국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의 확대는 2010년 계획의 재탕이었기 때문이다.

시행계획 추진방향에서도 2010년에 발표된 내용들이 그대로 올려져있을 뿐 아니라, 구체적인 시행계획에서도 지난 해 각 부처에서 2011년 다문화정책을 시행하며 발표한 내용들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다.

다만, 지난해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동포사회와 고국이 상호 발전하는 동포정책 추진’이라는 항목이 들어가고, 국적법 개정 법률안이 통과된 관계로 ‘복수국적’제도의 구체적인 시행 방법과 불법입국자 차단을 위한 외국인 지문확인제도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일 수 있다.

이렇듯 각 부처의 대책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한 정책을 발표했다는 것은 체류 외국인 100만 시대에 맞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외국인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다문화 정책과 외국인 정책, 그리고 동포정책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되었다.

국내에 상시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100만을 넘고, 재외동포 등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동포와 국민이 800만 가까이 되고, 국제결혼가정이 30만을 넘고, 그 관계 가족의 수가 100만을 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펼쳐나갈 컨트롤타워도 없고, 출입국과 이주민 정착서비스를 펼쳐갈 행정체계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러니 다문화와 외국인, 그리고 동포의 정책이 땜질식일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다문화와 외국인 정책을 종합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와 행정서비스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교통상부의 재외동포 업무, 법무부의 출입국 관리 사무, 노동부의 외국인 근로자 업무, 여성가족부의 결혼이민자 업무, 교육과학기술부의 다문화 자녀 업무를 종합하고 통합할 수 있는 체계적인 행정서비스 지침과 정책을 마련할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 시작은 ‘이민‧다문화청’ 설립이 될 것이다. 이미 많은 나라들이 개별적인 외국인, 다문화 행정 서비스의 오류를 반성하고 종합적인 행정서비스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이민‧다문화부서를 마련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프랑스도 각 부서에서 제각각 행정서비스를 하다가 문제를 키웠고, 독일도 우리나라처럼 각 부서에서 제각각 행정서비스를 펼치다 한계에 부닥치고 종합적인 행정서비스체계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가 가족이민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민‧다문화청’을 설립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재외동포 700만, 체류 외국인 125만, 다문화 관련 인구 150만 시대, 즉 이민 다문화 고나련 인구가 총인구의 1/5이 되는 상황에서 이를 종합적으로 다룰 행정서비스 체계가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또한 매년 2~30%나 늘고 있는 다문화 관련 인구의 성장속도를 생각한다면, 더 이상 ‘이민‧다문화청’ 설립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종합적인 행정서비스 체계가 없다보니 재원의 중복투입과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결혼이민자에 대한 과도한 행정서비스가 그것이고, 거꾸로 중도 입국자녀와 국내체류 중국, 러시아 동포에 대한 무대책이 그것이다.

이번 시행계획에서도 중도 입국자녀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으며, 국내 체류 동포 지원예산으로 책정돼 있는 금액은 불과 1,200만원이다.

이렇게 해마다 2~3,000명씩 늘어나는 중도입국 자녀와 50만 가까이 되는 중국, 러시아 동포들을 방치한 채, 국내 체류 외국인 다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행정서비스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정부와 정치권은 ‘이민‧다문화청’ 설립에 필요한 절차와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