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역사와 함께한 재외동포

사진기자 배기철 씨 끼르츠네르 서거 통해 지난날 회고

2010-11-04     계정훈 재외기자

위 사진은 1974년 7월 1일 아르헨티나 후안 도밍고 뻬론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장례행렬에서 한 병사가 비통하게 울며 경례를 하는 모습이다.

이 사진은 당시 아르헨티나 현지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 등 전세계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사진을 찍은 사람은 누구인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

하지만 시간이 흐른뒤 당시 유명 주간지‘헨떼(Gente)’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던 한인동포 배기철씨가 찍은 것으로 밝혀졌다. 동시에 이 사진을 가장 좋아했던 인물이 최근에 서거한 네스또르 끼르츠네르 전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당사자인 배 씨는 본지기자와 만나 최근 끼르츠네르 전 대통령의 서거와 더불어 4년 전의 일을 회고했다.

"2006년 10월 17일 아르헨티나 노총(CGT) 등 무려 62개 단체가 참여한 뻬론주의자 총연합회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의 한 공동묘지에 안장돼 있던 뻬론의 유해를 뻬론과 그의 부인 에비따가 평소 함께 주말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산 비센떼 지역 별장으로 이장하는 대대적인 정치행사를 벌였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노총 세력과 비주류 세력들이 서로 정통 뻬론주의자라고 과시하며 쟁탈전을 벌여 폭력과 총격전까지 벌어지는 등 불상사가 생겼고, 60여 명이 부상을 입는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는 것.

그날 끼르츠네르 대통령은 오후 5시 유해이장 장소에서 배 씨와 사진의 주인공인 로베르또 바시에 씨와 함께 연단에 올라 연설할 계획이 있었으나 무산되고 말았다.

배 씨는 다음날인 18일 오후 7시까지 정부청사(Casa Rosada)로 와 달라는 대통령 비서실의 연락을 받고, 바시에 씨를 처음으로 청부청사에서 만났고, 대통령이 다른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저녁 9시경 이들을 집무실로 안내했다.


당시 아르헨티나를 집권하고 있던 끼르츠네르 대통령은 집무실에 보관하고 있던 32년 전 ‘헨떼’지를 꺼내 “제일 좋아 하는 사진”이라고 두 사람에게 보여 주며 45분 가량 이들과 대화를 나눴다는 것.

배 씨는 65년도에 이민한 초기 한인이민자로 68년 주간지‘시에떼 디아스’사진기자로 입사해‘헨떼’로 옮긴 후 거의 20동안 사진기자생활을 했고, 말비나스 전쟁 당시에는 종군기자로 활동했다.

말비나스 전쟁 군정당시 아르헨티나 정보국의 감시를 받으며 허용된 것만 찍어야 했던 암흑 같은 시절을 회상하는 배 씨는 “끼르츠네르 전 대통령의 서거에 비통해 하는 국민들의 모습을 보고, 왜 끼르츠네르 대통령이 생전에 그 사진을 그토록 좋아했는지 그의 죽음과 사진이 뭔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당시를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