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호 동포시단] 부부

2009-08-10     재외동포신문

부부

한 쌍의 신발이 있다
꼭 함께 신어야 한다
칼끝 꽃샘 추위에도
생강나무꽃 햇살에도
우산 없는 여름비에도
황금빛 낙엽 길에도
지저분해졌다고 뒤 처진다고
한 짝을 버리면
다른 한 짝은 무용지물이다
물감같은 노을 속으로 나란히 가려면
땅을 꼭꼭 밟아도 주고
부지런히 함께 닦아도 주고
자꾸 끈을 죄여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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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연하
시인ㆍ재중동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