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민2세들 '광복절 댄스파티' 논란

“8·15 기념행사를 나이트클럽서 술 마시고, 힙합춤 추며 하나?"

2008-07-23     이현진 기자
필리핀 한인 2세들이 광복절을 맞아 나이트 클럽에서 춤을 추며 8·15 기념 행사를 개최키로 하면서 동포사회 내부에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필리핀 전문 사이트‘필카페24’에 따르면, 필리핀 내 한인 1.5세대와 2세대 등 20~30대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8·15 기획위원회’는 다음달 14일 밤 현지 보나파쇼 지역 유명 나이트 클럽 ‘엠버시(Embassy)’에서 ‘8·15 기념 파티’를 열 계획이다고 밝혔다.

8·15 기획위원회는 카페 글을 통해 “제63주년 광복절을 맞이해 필리핀에 살고 있는 한국 젊은이들과 광복절의 기쁨과 순국한 선열들의 추모를 하고, 필리핀 현지 사람들에게 한국 젊은이들의 열정과 자긍심을 보여주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며, “특히 필리핀 상류층 사회의 상징적인 역할을 하는 클럽 엠버시에서 자국민의 광복절 축제를 연다는 것 자체로 필리핀에 있는 유학생 교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행사 홍보를 위해 “모이자! 대한제국의 슈퍼코리안! 국가의 주권과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한 그날, 우리는 모여 순국선혈들의 죽음을 추모하며 광복의 기쁨을 온몸으로 만끽한다”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를 제작해 필리핀 내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배포했다.

하지만 현지 한인들은 이들의 광복절 기념 파티 소식을 접하고 연일 거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필리핀에 거주하고 있는 네티즌 ‘강태풍’은 “8·15 기념행사를 왜 꼭 나이트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힙합춤을 추며 해야 하는지...그게 젊은이들의 문화 코드인지, 부정적인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며 “주최 측에서 미성년자의 출입은 철저히 막는다고 했지만, 한국처럼 주민등록증을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8·15행사라고 기획한 것이 미성년자들의 술파티나 춤파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네티즌 ‘따하난’도 “이 사람들은 광복을 초복, 중복, 말복의 사이의 어느 한 절기로 알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광복절을 빙자한 일탈 행사로 비춰진다”고 거칠게 비판했다. 그는 또 "행사장소인 ‘엠버시’ 나이트 클럽은 지금도 폭력사건에 연루돼 문을 닫고 영업을 못하는 곳인데 여기서 광복절 행사를 여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내건 포스터에 ‘순국선열’이라는 말이 ‘순국선혈’로 잘못 표기된 점을 지적한 네티즌도 있다.

이에 대해 행사를 기획한 8·15 기획위원회 경영기획의장은 “대한민국을 해외에서 먼저 배우고 느낀 세대로서 '광복'과 '독립' 이라는 두 단어도 조금은 다르게 느끼고, 조금은 다르게 표현하고 싶은 부분이었다”며 “장소에 국한돼 행사 취지가 너무 왜곡되게 보여지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