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문화외교의 현 상황
2008-04-10 백기영(문화예술위 소위원)
독일에 체류하는 기간 중에 필자는 우리나라 문화원이나 대사관이 문화예술을 통한 외교는 고사하고 예술가들에 대한 인식이 너무 천진하고 한심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일본의 경우는 일본 문화원과 일본문화재단을 통해 전 세계 대부분의 대도시에서 자국의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독일의 경우도 살펴보면, 매우 체계적으로 국제교류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일 내 모든 국제교류 관련 사업을 독일국제교류처(IFA)에서 관할하고 있다.
IFA는 해마다 전 세계에 자국의 작가들의 전시를 지원하고 있다. 해외 전을 지원하는 기준에는 가장 먼저 독일의 국가적 명예에 걸 맞는 작품의 퀄리티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작가를 초대하고 있는 해외 미술기관은 지명도가 있는 공간이어야 하고 초대된 행사의 경우, 상업적인 목적의 행사이거나 공공적인 행사가 아닌 경우에는 지원받을 수 없다.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하게 되면, 작가들은 항공료, 작품 운송비, 운송 중 보험료를 지급받을 수 있다.
또한, IFA는 자국 작가를 해외에 알리는 일 뿐만 아니라, 해외의 문화를 자국에 소개하는 일을 위해 3개 도시에 IFA갤러리를 두고 운영하고 있는데, 유럽 내 이슬람과의 갈등이 극대화되었던 2004년에는 아랍권 문화와의 교류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전시나 영화상영, 도서소개, 토론회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
IFA갤러리에서 진행하는 해외문화 소개프로그램들은 기계적이고 형식적이지가 않다. 각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잘 알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있다. 극동아시아의 미디어 문화를 소개한다든가, 남미의 문학을 소개하는 등의 다각적인 해외문화에 대한 분석이 병행해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연령별 프로그램으로도 분화된다. 청소년들이 쉽게 해외의 문화를 체험하고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차세대 독일문화의 국제교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IFA의 조직구성을 보면 사무총장 이하 예술, 교류(Dialoge), 미디어, 행정부서로 나뉘어있고, 부서장을 포함 5-7인의 직원이 근무하는 조직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으로 되어있는 한국 독일 문화원에 홍보관 2명과 시간제 1명을 포함 6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우리나라 문화외교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문화체육관광부, 외교통상부 문화협력과, 외교통상부 산하 법인인 한국국제교류재단, 문예진흥원 국제교류팀, 재외동포재단 문화사업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등에서 일정 부분을 관할하는 등 업무가 분산되어 있는 것이다.
1979년과 80년에 처음으로 뉴욕과 도쿄, LA와 파리에 한국문화원이 문을 열면서 시작한 우리나라의 문화원은 1993년과 94년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베이징과 베를린에 한국문화원을 세운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문화원은 2008년 현재 총 12개에 불과하고 정부로부터 사업예산을 지원받아 운영하고 있는 문화원은 총 5곳에 불과하다.
여기에 1관 당 지원되는 예산은 해외문화원의 경우 약 14억원 가량, 해외문화홍보원은 약 4억원 가량을 지원받고 있어, 현지 건물 임대료, 유지비, 인건비를 제외하면 구체적인 사업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다. 더욱 큰 문제는 여기에서 일하는 인력들이 문화예술 전문 인력이라기보다는 외교통상부 소속의 3급 이하 홍보관들 이라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걸 맞는 문화외교력을 갖추기 위해서 문화외교를 위한 예산증액이 필수적이고, 이러한 문화외교를 주도할 인재들을 양성하고 적지적소에 배치하여 문화교류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일이다. 따라서 새 정부는 한국문화의 국제교류를 위하여 해외 현지의 문화원 설치를 확대하고, 문화외교 전문가들이 현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