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제'가 된 다문화가정 자녀교육

2007-06-21     신상록 편집위원

지난 5일 교육부는 다문화자녀 교육을 ‘국가의제’로 삼아 본격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발표 하였다.

교육부가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에는 다문화자녀교육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장차 사회통합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 같다. 교육부는 다문화 자녀수가 지난 4월말을 기준으로 1만 3천44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천998명에 비해 68%증가하였다 고 발표하였다.

또한 서울대 윤희원 교수는 지난 11일 서울대 사범대교육연구원에서 열린 교육포럼에서 취학중인 아이들은 2007년 현재 1574명으로 8천여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학교교육권 밖에 방치돼 있고 학교에 다니는 자녀 중 상당수가 학업단절과 언어부족, 정체성 혼란 등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다문화자녀의 폭발적 증가와 학교생활 부적응의 문제는 이들이 성인이 되어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되는 30년 이 후를 생각하게 되면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훌륭한 정원사라도 휘어버린 나무를 바로잡을 수 없듯이 교육은 시기를 놓치면 그만큼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다문화자녀 교육을 국가의제로 설정한 교육부의 방침에 찬동하며,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교육부는 십 수 억 원의 예산을 들여 서울대 등 지역별로 다문화교육 지원센터를 설립해 다문화자녀의 학습교재 개발, 상담센터 운영 등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계획은 이미 발표했던 내용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리고 수 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지역별로 교육센터를 세울 것이 아니라 이미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지정연구기관인 서울대와 평택대를 활용하면 될 것이다.

또 상담, 한글교육, 컴퓨터교육, 다문화이해 교육 등은 여가부에서 지원하여 전국 지자체로 확대 되고 있는 외국인 지원센터나 결혼이주여성 지원센터 등을 활용하면 비용도 절감되고, 중복투자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다문화자녀교육은 보다 구체적인 안이 나와야 한다.

기존의 학교제도권 안에서만 문제 해결을 하려고 하지 말고, 다문화자녀를 위한 학교 설립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시기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기존의 공교육에서는 다문화자녀 교육문제가 큰 효과가 없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필자는 현재 다문화학교를 설립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지역교육청을 통해 학력인가 절차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대안학교에 관한 시행공문은 내려왔지만, 시행에 필요한 규칙은 아무것도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지난 4월 27일에 확정된 재한외국인 처우기본법에 의하면, 다문화가정 지원은 중앙부처, 지자체, 단체가 연합해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므로 교육부중심의 공급자입장에서 다문화자녀 교육문제를 바라보지 말고, 그 중간매체인 지자체나 단체가 함께 노력할 수 있도록 협의의 틀을 넓혀야 한다.

중요한 것은 다문화가정과 자녀들이 무엇을 가장 원하고 있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아는 것이다. 그러려면 현재 다문화 관련 사역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이나 단체의 요구에 정부는 귀 기울여야 한다.


다문화 자녀 교육은 20년, 30년 이 후를 바라보는 사회통합이라는 큰 틀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다문화교육 관련 지도자가 많이 배출되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다문화인들의 문화, 역사, 언어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을 갖지 않도록 초, 중, 고 등부의 학생들과 성인대상 교육이 지속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교육부에서는 대학에도 다문화 관련 학과를 설치하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대학생들이 다문화자녀 교육에 참여하면, 그 성과를 평가하여 학점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다문화 가정과 관련한 세미나, 교육포럼 등 을 통해 수많은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웬만한 대학들은 유사한 이름의 연구소를 속속 신설하고 있다.

그런데 세미나에 가보면 관계자를 빼고는 실질 참가자가 10여명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소리만 요란할 뿐 구체적인 실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도 세워야하고, 연구도 필요하지만, 실천이 없다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성경은 “믿음은 행함과 함께 일하고, 행함으로 온전해지느니라”라고 가르치고 있다. 마음에 깊이 새겨둘만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