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일본여자들을 강간한다는 내용이 담긴 이 책이 미국에서 교과서로 채택되어 있는 것에 재미 한인들이 분노했다. 동포들은 <요코 이야기>의 수업을 거부하고, 이 책을 학교에서 교재로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전말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여론이 비등했고 책과 저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다.
저자의 부친이 인체 실험으로 악명높은 731부대 간부였을지 모른다는 의혹, 책의 디테일한 내용 중 역사적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이 나오는 점 등 미심쩍은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들 의문들이 모두 명쾌하게 규명되지도 않은 것 같다.
한국인으로서는 일제의 만행이 아직도 소름끼치는데, ‘반전 소설’로 분류되는 이 작품에서 일본인이 2차 대전의 피해자로 그려지고 한국인들의 폭행이 부각되는 것에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동북아나 한일 간의 역사적 관계를 잘 모르는 대다수 미국인들이 이 작품만을 본다고 할 때 어떤 인식의 오류에 빠질 것인지는 우려스럽다.
<요코 이야기> 파문은 아직 진행중이다. 저자의 부친의 만주에서의 행적에 관한 의혹이 대표적이다. 현재 731부대 연구의 권위자 다니엘 바렌블랏트가 이를 맹렬히 추적하고 있다고 한다. 바렌블랏트는 2005년 731부대의 잔혹상을 고발한 '인간성에 대한 저주(A Plague upon Humanity)'의 저자다. 만약 요코 가와시마 왓킨스의 아버지가 731부대 간부였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상황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다.
교재 채택 거부 운동이 미국 사회에서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국인들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미국인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과격한 것으로 느낄지도 모른다.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는 것으로 인식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재미 한인들의 이미지와 위상을 실추시킬 수 있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책이 수업교재로 채택되어 자꾸 확산되는 일을 지켜볼 수도 없을 것이다. 반대 캠페인의 경우 내용은 단호하면서도 접근은 부드럽고 친절하게 전개해 나가야 한다.
<요코 이야기>의 극복하는 또 다른 해법은 <요코 이야기>를 능가하는 새로운 콘텐트를 생산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요코 이야기>는 진위 논란을 차치하고 보면 ‘생생한 묘사, 극적인 전개, 반전 의식’ 등으로 미국 독자들에게 어필이 된 듯하다. 그래서 미국판 ‘안네의 일기’라는 평가까지 받는 모양이다. 100년이 넘는 미주 한인사회의 전통 속에서 <요코 이야기>를 능가하는 ‘영문 콘텐트’가 없었던 것은 아쉽다. 한국인으로서는 속상할 일이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요코 이야기>를 대체할 만한 문화 콘텐트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토지>, <아리랑>과 같은 불후의 명작들이 있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도 있다. 이들을 번역하고, 영화로 만들고, 뮤지칼로 만드는 것을 시도해 볼 만하다.
혹은 지난 세월 한인들이 겪은 가혹한 고통과 수난을 승화시킨 새로운 작품의 등장을 기다릴 수도 있다. 그래서 다른 <요코 이야기>, 다른 <쉰들러 리스트>를 만들어 세계인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 작품들은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단순구도를 뛰어넘어 진정한 휴머니즘의 세계로 인도하는 그런 내용이라면 훨씬 감동적일 것이다. 새로운 문화콘텐트를 만들어야 하고 그것이 진정한 한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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