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인 그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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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인 그들은 누구인가
  • 실비아패튼
  • 승인 2007.03.08 14: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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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민족이라고 고집하던 한국인의 인식이 많이 바뀌기는 했어도 아직도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 여성이나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 여성을 보는 시선이 사뭇 다르다.

혼혈 아동을 보는 한국 아동의 시각도 차별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국제화 시대에 살고있다해도 지금도 혼혈 아동들은 피부색이 다르고 한국말을 제대로 못한다고 놀림을 당하고 괴로워 한다. 아무도 혼혈 아동을 한국인으로 인정해주지 않으려고 한다.그러나 성공한 혼혈인에게 쏟는 관심은 유별나다.

얼마 전 혼혈인 모델 우르슐라 메이스가 어머니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해 혼혈인인 미국 프로풋볼(NFL) 스타 하인스 워드와 그의 어머니가 방한했을 때만큼 떠들썩하지는 않았지만 대단한 대우를 받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우르슐라의 어머니 이미희씨는 버지니아에 살며 한미여성회에서 자주 만나고 가깝게 지내는 사이다. 우르슐라는 소속사의 꽉 짜인 스케줄에 얽매여 자유 시간도 없을 정도이지만 어머니와 함께 한국을 다녀왔다.

우르슐라의 어머니는 바쁜 일정을 쪼개 대안학교인 다문화국제학교에 정성스럽게 마련한 후원금을 전달하고 왔다. 혼혈 아동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십시일반하는 그녀의 따뜻한 마음은 다문화국제학교 건립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다문화국제학교는 포천에 지부를 마련하고 후원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런 일은 정부가 나서서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고국의 정치 상황을 보면 무작정 가만히 앉아 기다린다고 해서 누가 나서주진 않을 것 같다.
현재 이중문화권에 사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0.5%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혼혈 아동의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커다란 사회문제로 떠오르게 된다. 이들이 자라 사회 발전의 디딤돌이 되도록 하려면 한글과 한국문화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

나는 지난 1월16일 한국을 방문해 국제연대의 신상록 목사와 외교통상부 관계자를 만나 다문화국제학교 3자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시민단체가 혼혈 아동 교육을 위해 국제학교를 설립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언론인의 도움으로 신 목사를 만나게 되었는데, 뜻 있는 사업을 추진하려는 그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대안학교 설립 추진에 시민단체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인스 방한 때 폭발했던 혼혈인에 대한 사회적·정치적 관심이 사라지면서 혼혈인들은 달라진것 하나도없는 한국에서 그대로 살고있는것이다.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다.

열린우리당의 예고된 이별을 보면서 한국 정치가 이런데 누가 나서서 혼혈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야당이 해줄 것인가. 큰 가슴으로 혼혈인을 안아줄 사람은 어디 있는가. 서민들 서러움을 같이하며 차별받는 이들의 아픔을 이해하는 사람만이 우리나라를 짊어지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혼혈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한국인으로 똑같이 대우 받고 살도록 하려면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외국에서 살고 있는 재외동포는 아무 힘이 없다. 인맥도 배경도 없다. 누가 나서서 이런 걱정거리를 해결할 것인가. 고국 동포들이 지혜로운 생각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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