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 고려인동포 다차원 코리안 협력모델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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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고려인동포 다차원 코리안 협력모델을 기대하며
  • 황광석
  • 승인 2007.02.15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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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고려인동포들이 두만강을 넘어 러시아 연해주 땅으로 공식 이주한 지 104년이 되는 해이다. 또 풍요로운 삶을 위하여 황무지를 옥토로 개간하고 조국 독립과 해방을 위하여 일본에 항거하며 온몸으로 싸웠으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스탈린정부에 의하여 18만 명에 달하는 동포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한 지 꼭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나라를 잃어버린 약소민족은 50여 년간 피땀으로 일구어낸 땅에서 희망을 키우는 것조차 허용되지 못했다.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던 것이다. 그러나 고려인동포들의 삶에 대한 의지마저 무너져 내리진 않았다. 고려인동포들은 화물열차에 짐승처럼 실려 가면서도 품에 보듬어 가져갔던 씨앗을 엄동설한이 지나고 봄이 오자 아버지 어머니가 연해주 땅에서 했듯이, 중앙아시아 황무지를 개간하여 구소련이 자랑하는 최고의 집단농장(콜호즈)를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황무지를 옥토로 바꾼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희망이었을 것이다. 어디로 끌려가는 지도 모르는 화물열차 속에서 한 달 넘게 추위와 굶주림에 떨면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황무지를 개간하여 씨앗을 뿌리고 동포들과 힘을 모아 삶의 터전을 개척했을 것이다.

지금 러시아 연해주에는 70년 전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고려인동포들이 있다. 동포들이 겪는 가장 큰 곤란은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90년대 후반에는 난민과도 같은 상황에서 러시아정부의 배려로 군인들이 사용하다 비어있는 막사에서 생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건물이 너무 낡고 생계벌이를 위한 장소와 멀리 떨어져 있는 관계로 얼마 못가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주거문제와 가족생계문제가 가장 큰 어려움인 것이다.

이에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아 ‘연해주 고려인 희망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동북아평화연대가 주축이 되고 아름다운가게, 사회연대은행, 자연농업연구소, 세계청년봉사단, 노블하우스, 머니투데이 등의 시민단체들이 고려인동포들의 희망의 씨앗이 성공적으로 싹이 트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물을 대고 거름을 주고 있다.

고려인동포들은 태생적으로 농업에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140여 년 전 연해주에서도 그러했고, 70년 전 중앙아시아에서도 황무지를 옥토로 바꾸고 쌀의 북방한계선을 끌어올릴 정도로 농업에 관한 한 탁월한 역량을 보여 왔다.

그래서 ‘연해주 고려인 희망캠페인본부(이하 희망본부)’에서는 성공가능성이 높은 대안으로 ‘농업정착 지원활동’을 선택하였다. 우선 정착할 주택을 제공하고, 농업자금을 대출해주며, 선진농업기술을 지도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희망사업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고려인 입주 마을 선정 2.마을별로 15세대 내외의 농가 확보 3.농업정착 희망농가 모집/선정 고려인농가 입주 4.농가 리모델링(고려인과 자원봉사자가 함께) 5.연해주 기후와 토양에 적합한 자연농업기술(생산비 절감과 환경을 보호하는 농축복합영농모델) 교육 6.초기 농업정착자금 대출(가구당 약 3천불 내외, 1년 거치 3년 무이자 상환) 7.자활촉진자문(농업경영 컨설팅, 판매지원, 마을지도자 파견)

지난 3년간 활동의 결과, 현재 6개 마을에 120여 농가가 농업정착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처음에 반신반의하던 고려인동포들도 이제는 서로 참여하겠다고 신청이 밀려있는 실정이다. 희망본부는 초기 실험을 바탕으로 향후 3년간 1,100가구의 농가가 농업정착 프로그램을 통하여 자립자활을 이루어내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이미 각 분야의 전문 시민단체가 업무분담을 이루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고려인동포들이 자립자활의 의욕에 불타올라 있다는 점이 가장 커다란 ‘희망’이다.

본 농업정착 프로그램을 위하여 한국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연간 2억 원씩 3년 간 자금 지원을 작년 말에 결정하였고, 희망본부 참가 시민단체들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희망본부는 본 프로그램이 국내외 동포들의 역량이 모여져 진행되는 것을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라 보고 있다. 한국에서의 지원과 더불어 재외동포들이 다른 지역의 어려운 재외동포들을 돕는 ‘다차원 코리안 협력모델’을 창출함으로써 ‘코리안 협력네트워크’를 함께 심화ㆍ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연해주는 남북종단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가 연결되는 요충지일 뿐만 아니라 에너지자원, 식량자원 확보 등에서도 중요한 지정학적 위상을 갖고 있는 땅이다. 연해주 고려인동포들의 성공적인 정착과 발전이야말로 한민족이 세계로 웅비하는데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연해주 고려인동포들의 ‘희망키우기’가 어렵고 힘든 전세계 동포들에게 큰 힘이 되기를 기원하며, 미국, 일본, 유럽 등 뜻있는 재외동포들의 지원과 참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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