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한국어 학습 열기와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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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한국어 학습 열기와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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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2.0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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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한국어교육학회 회장
최근 국내외적으로 한국어 교육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비록 한두 지역에서 침체의 양상이 보이기는 하지만 이는 전문가의 안목에서 관찰되는 현상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의 한국어 교육의 열기를 재외동포와 관련하여 살펴본다면 상황은 다르다. 1980년대 중반에 한국어 교육이 가파르게 성장할 때 재외동포는 학습자 집단의 중심에 있었다. 필자가 재직했던 교육기관의 경우, 재외동포 학습자의 수가 순수 외국인의 수와 엇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당시의 이러한 상황은 해외에서 더욱 심하여 여러 지역에서 재외동포가 학습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의 경우, 국내 대학 진학 목적의 중국인 학습자가 주를 이루고, 해외의 경우 한류 열풍에 따른 일본·중국·남아시아 제국의 현지인 학습자, 고용허가제 실시에 따른 중국·남아시아·중앙아시아 학습자가 한국어 교육 열기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중국 등 이들 지역의 경제성장에 따른 자녀 교육 열기, 외국 유학 분위기가 배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배경이 어떠하든 최근에 한국어 교육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지역 중 그 어느 곳에서도 재외동포 후세가 학습자 집단의 중심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의 이러한 현상은 재외동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최근의 한국어 학습 열기의 이면에는 한국어가 학습자에게 이익을 주는 언어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류 기반 학습자의 경우 개인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수단으로, 한국 유학을 계획하고 있는 자들에게는 성공적인 유학을 위한 필수 과정으로, 코리언 드림을 안고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오려는 외국인들에게는 그 꿈을 실현시켜 주는 중요한 방편으로 한국어가 자립잡고 있다.

이렇게 이익을 갖다 주는 언어로 인식된다는 것은 한국어가 국제어로 자리잡을 수 있는 제1차적 요건을 갖추는 셈이 된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재외동포에게 한국어는 어떻게 인식되어야 하는가?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재외동포에 대한 한국어 교육은 주로 민족교육의 일환으로 인식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즉 한국 정부의 재외국민에 대한 교육의 한 영역으로서 모국 이해와 현지 적응 지원의 차원에서 한국어 교육이 실시되어 왔다.

이렇게 국민 교육적 관점에서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을 접근하다 보니 정책의 대상과 내용이 유치원으로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의 학령대로 제한된다. 대학 교육의 차원에서, 사회 교육의 차원에서, 성인교육의 차원에서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이 논의된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재외동포에 대한 한국어 교육이 진정 발전하기 위하여는 수요자의 입장에서 한국어가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논의하여야 할 것이다.

대학 입학시험인 미국의 SATⅡ나 일본의 센터시험에 한국어가 포함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외국에서 사는 우리 동포 후세에게 한국어가 아닌 다른 외국어 또는 다른 과목으로도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니 그것이 훨씬 수월한 환경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다른 외국어 또는 다른 과목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외동포에 대한 한국어 교육이 학습자에게 주는 이익은 궁극적으로 한국어 학습이 실제 사회에서 어떤 유용성을 갖는지를 포함하여 총체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재외동포에 대한 한국어 교육이 뿌리교육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시민교육으로서의 의미도 갖도록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어를 배웠을 때 조국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어를 통해 삶이 윤택해지고 일자리를 얻을 수도 있으며, 한국 대학으로 진학할 수도 있고 개인의 경험의 폭이 넓어질 수 있음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세계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한글학교, 한국학교에서의 한국어 교육이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재외동포들에게 귀중한 자산을 형성하여 주는 과정으로 인식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1차적으로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의 목표와 교육과정에 대한 좀 더 심도있는 논의를 요구한다. 그리고 이를 반영한 교재의 개발과 교사의 교육관의 변화를 요구한다. 물론 이러한 접근이 이미 널리 확산되어 있을 수도 있지만, 이제는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의 책임자 집단에서 공감대를 형성하여 체계적으로 논의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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