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재외동포정책은 실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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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재외동포정책은 실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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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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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국진 기자 tengis@ngotimes.net

주무부처인 외교부의 무능과 관료주의로 인해 재외동포정책 난맥상이 계속되면서 외교부의 정책집행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업무와 예산의 중복, 민족응집력 결속 실패, 무원칙 등 총체적 위기라는 지적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시민단체들은 "한국정부의 재외동포정책은 실패작이며 그 책임은 외교부에 있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한다. 현재 재외동포 관련 최고 정책기구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관련부처의 장관으로 구성된 재외동포정책위원회(이하 위원회)이며 집행기구는 재외동포재단(이하 재단)이다. 하지만 위원회는 정책수립과 의결기능이 없고 재단은 외교부 산하기구이다. 게다가 위원회는 1998년 이후 개점휴업 상태이며 재단은 '외교부 관료들의 휴게소' '외교부의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비아냥 소리를 듣고 있다. 지난 2001년 11월29일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아 올해까지 개정하지 않으면 자동폐기될 운명에 처한 재외동포법에 대해서도 외교부는 6월19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차관이 참석해 재외동포법개정과 정책기구 신설에 대해 원칙적인 반대 입장만 분명히 밝혔을 뿐 대안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외교부의 무능과 무원칙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노영돈 교수(인천대 법학과)는 "한국정부의 역사의식과 주권의식 결여가 치명적"임을 전제하고 "재외동포의 국적문제나 한국내 처우문제는 기본적으로 배타적 주권사항인데도 외교적 마찰을 핑계로 이를 포기하는 것은 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며 재외동포정책의 핵심부서인 외교부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종훈(국정경영원 원장)은 "외교부 정책이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재외동포정책에 관한 주도권마저 상실했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로 △외교부 내 재외동포 관련부서 축소 △재외동포정책위원회 기능 마비 △재외동포법을 잘못 제정하도록 영향을 미친 것 △재외동포재단 파행 운영 등을 제시했다.
외교부가 상상력빈곤과 역사의식 부재라는 중병을 앓고 있는 데 대한 질타도 쏟아진다. 이진영 교수(경희대 국제관계학과)는 외교부의 행태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 "무시하기, 모호성 유지, 시간끌기, 비밀주의, 외교부에 유리한 사례만 인용하기, 물타기"를 들었다. 가령 북핵문제가 중요하니까 탈북자나 재중동포문제는 건드리지 말자는 논리가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재외동포법 개정의 핵심은 재중동포 문제"라고 규정한 이 교수는 "언론에 보도된 외교부의 입장을 보면 중국의 논리를 그대로 전달하고 때로는 그것을 증폭·확대하여 국민들에게 홍보한 경우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논리를 주고 중국이 그 논리로 반박하면 외교부는 다시 그 반박을 핑계삼아 국민을 호도한다는 것이다. 그는 "외교부가 중국정부의 항의에 겁먹고 있는 건 아닌지, 또 재중동포 문제에 대해 무원칙한 자세로 일관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재외동포업무가 분산돼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동북아평화연대 김종헌 부장은 "교육부는 재외동포와 재외국민에 대한 지원업무, 법무부는 출입국과 체류, 중소기업청과 노동부는 취업 등으로 관련업무가 분산돼 있어 관련업무를 총괄할 기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이는 재외동포와 한국정부간의 괴리감과 불신강화, 인적구조연결의 약화로 이어져 한민족네트워크, 한상네트워크 등 민족역량을 모으는 데 실패하는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전문성과 독자성을 가진 별도의 기구를 설치, 적극적인 재외동포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노영돈 교수)는 의견과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독립행정위원회로 만들고 재단을 그 산하기관으로 하거나 사무국으로 흡수하는 방안"(이종훈 원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이 박사는 "재단 예산이 외교부 전체 예산과 연동돼 있는 현실에서는 현실적인 사업집행이 불가능하다"며 "재단 예산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여 2천억원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은 주저하고 민은 끌어당기는 양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 이 원장은 "시민단체 특히 재외동포단체가 명확한 방향 설정과 더불어 적절한 전략전술을 구사하여 정부를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시민의신문 7월28일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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