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 마지막 병사 '드미뜨리 박'
상태바
구소련 마지막 병사 '드미뜨리 박'
  • 장준희
  • 승인 2003.07.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소련 마지막 병사 '드미뜨리 박'

1991년 초겨울 구소련이 붕괴되고 구성원이었던 소비에트 공화국들이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그 와중에 육개월간 열심히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던 우즈베키스탄 꼬레사람 '박 드미뜨리(지마)'는 국가없는 군대의 일원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 관련 법령이 정비되지 않아 계속해서 국가없는 군대인 구소련의 붉은 군대 병사로 복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구소련의 군복무 근무지는 전 사병들이 자신의 소속 공화국을 벗어나 본인의 소속 공화국이 아닌 공화국에서 복무하는 것이 근무지 배정의 첫 번째 원칙이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이었던 지마는 러시아의 모스크바주(州)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같은 소속 부대 내에는 러시아 연방 출신이 아닌 구소련 여러 공화국에서 올라온 병사들이 함께 근무를 하고 있었다. 더구나 모스크바주는 러시아의 심장부에 위치하는 곳으로 우리로 치면 수도방위사령부가 있는 곳이나 다름없다.

전장병들이 소집되었다.
"병사들은 자신들이 돌아갈 국가를 선택하라!"
"단, 구소련 연방 내의 일원국이어야 한다."

다시 한해가 가고 1992년이 여름이 되면서 구소련의 의무 복무기한인 2년 중 절반을 채웠을 무렵, 박 지마는 다시 한번 공화국 선택의 기로에 섰다. 러시아 연방과 우즈베키스탄 공화국은 군법(軍法)과 군 행정법을 정비하고 대대적으로 자국민들을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더구나 우즈베키스탄은 복무연한을 1년 6개월로 단축해 자국민 출신 군인들을 유혹했다. 이 상태에서 우즈벡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다시 육개월을 우즈벡에서 복무해야 했다. 결국 지마는 우즈베키스탄의 국민으로 러시아 연방의 군대에 남아 다시 러시아 연방 군 복무기한을 채우기 위해 1년을 더 근무하게 되었다. 박 지마는 다음과 같이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우리 부대에 중앙아시아 출신들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나를 제외한 병사들 대부분이 러시아 출신들이었다."
"우즈벡, 투르크멘, 카자흐, 키르기즈 출신들은 본국 소환령이 내려지자마자 짐을 싸들고 떠나갔다. 복무기한도 단축된 상황이라 차일피일 연기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다만, 우즈벡에서 다시 군생활을 새롭게 반년을 더해야 한다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러시아에서 군을 마치기로 했다. 물론, 러시아 연방이 내건 각종 혜택도 있었다."

역사적 격동기에 군생활을 통해 제국의 군대가 하루아침에 일개 공화국의 군대로 전락하는 역사의 현장을 손수 몸으로 체험하며 지켜본 지마는 지금도 가끔은 자신이 위대한 구소련 붉은 군대에 육개월간 복무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후 1년 6월을 더 복무한 러시아 연방의 군인으로써보다 위대한 붉은 군대의 일원이었던 것이 그에게는 더 짧지만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한 시간이었다. 우즈벡 공화국으로 즉시 귀환명령에 순응하지 않고, 러시아 연방의 군으로 남아있었던 것은 러시아 연방이 제시했던 러시아 연방의 시민권이나 각종 특혜에 매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구소련 붉은 군대의 위대함에 긍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쉬꼴라를 마치자 마자 군에 입대했던 지마는 구소련 군인으로 복무를 하고 다시 러시아 연방의 군인으로 복무를 마치고 입대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우즈벡 공화국의국민이 되어 돌아왔다. 돌아온 우즈벡 공화국에서의 그의 삶에는 고단함이 남아 있었다. 경비, 택시운전, 전기 기술자 등등... 변변치 않는 생활을 극복해가며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작업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드리뜨리 박에게는 또래의 남들에게는 없는 임기응변과 엄청난 추진력을 갖고 있다. 대학입학으로 또는 여러 사유로 구소련의 군역을 피해온 또래의 사내들이 갖고 있지 못한 것이다. 지금도 드리뜨리 박은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우즈베키스탄을 왕래하며, 사라진 구소련의 영토에서 중앙아시아 꼬레사람으로서의 긍지를 갖고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가고 있다. 아직도 그에게는 붉은 군대의 마지막 병사로써 명예를 가지고 구소련 전역의 지리(地理)와 중앙아시아의 생리를 궤뚥는 능력을 갖고 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