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웅 씨 글 수정(10.4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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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웅 씨 글 수정(10.4매)
  • 구본규
  • 승인 2003.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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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간된 국제이주기구 (IOM,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의 세계이주보고서 2003년판 (International Migration Report 2003)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의 약 3%(1억 7천5백만 명)가 자신의 출생국이 아닌 곳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예로부터 인류는 다양한 이유로 이주를 하여왔다. 보다 나은 생활조건이나 경제적인 기회를 찾기 위해, 또는 선진학문을 습득하기 위해 이주를 하기도 하고, 각종 자연재해나 전쟁, 내란 등 폭력을 피하기 위해 모국을 떠나기도 한다. 출신국의 전통적인 보호체계로부터 분리된 이들 이주민과 그 가족들은 국제법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이번 7월 1일 발효된 “이주민 노동자와 그 가족의 인권보호에 관한 UN조약 (UN Convention on the Protection of the Rights of All Migrant Workers and Members of their Families)"은 바로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법이다.
총93조로 이루어진 본 조약은 이주민과 그 가족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권리를 규정하는 가장 포괄적인 국제법규라 할 수 있다. 이같이 이주노동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국제법 제정을 위한 노력은 70년대부터 이루어져 왔으며,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국제규약의 설립을 위해 각 국 정부에 대한 활발한 로비작업을 벌여왔으며, 그 결과 1990년 UN총회에서 본 조약을 채택, 회원국의 서명 및 비준절차가 시작되었으며 현재까지 22개국이 본 조약을 비준하였다. 이에 따라 20개국 이상이 비준한 시점에서 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발효하도록 한 규정 (87조)에 따라 이번 7월에 그 효력이 발생하게 되었다.
2003년 6월 현재  조약서명국은 방글라데시, 브루키나 파소, 칠레, 코모로, 기니비사우, 상투메프린시페, 파라과이, 시에라리온, 수단, 토코, 터키 등 총11개국이며 조약비준·가입국은 아제르바이잔, 벨리즈, 볼리비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니아, 카보베르데, 콜럼비아, 에쿠아도르, 이집트, 엘살바도르, 가나, 과테말라, 기니, 말리, 멕시코, 모로코, 필리핀, 세네갈, 세이셀, 스리랑카, 타지키스탄, 우간다, 우루과이 등 총 22개국이다.
본 조약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이주노동자가 단순히 노동력이라는 경제적 단위가 아니라 가족을 가진 인간이며, 이에 따라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기본권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둘째, 본 조약은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상시적으로 겪는 인권침해와 착취현상에 주목하고 이로부터 이주민을 보호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본 조약은 회원국들이 이주문제의 해결을 위해 협력하고, 출신국, 경유국, 체제국 등 여러 관련당사국이 이주노동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노동이주정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무를 명시하였다.
그러나 위의 조약 서명국 및 비준국 현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본 조약의 가입국은 대부분 이주노동자 송출국이며, 이주노동자의 주요 체제국은 본 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비록 UN이주노동자조약이 발효한다 하더라도 이주노동자 권리의 실질적인 보장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쉽게 유추하도록 하는 대목이다. 본 조약은 이주민 인권보장을 위한 일보 진전임에는 틀림없으나, 만병통치약은 아닌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이주노동자 권리에 대한 문제는 각국의 이주정책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또한 일국의 이주정책은 다만 노동력의 수급이라는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정치, 문화, 사회 제분야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며, 우리나라와 같이 단일민족의식이 강한 사회에서는 나라와 국민의 정체성과 연관된 매우 민감한 주제인 것이 사실이다. 이주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파악하고 다민족/다문화사회에 부합되는 통합적인 국가이주정책의 수립이 시급히 요구된다 하겠다.
국제이주기구(http://www.iom.int)는 이주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정규이주가 이주민 및 관련 당사국 모두에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1951년 창설된 정부간 기구로서 현재 101개 회원국과 31개 옵서버가 참여하여, 이주민의 존엄과 안녕을 지키고, 이주를 통한 경제·사회발전을 촉진하며, 이주문제에 대한 이해증진과 실무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국제이주기구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지원사업과 더불어, 회원국 정부의 통합적인 이주정책 수립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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