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다시 희망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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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다시 희망을 읽자
  • 박상석 기자
  • 승인 2007.01.04 09: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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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편집국장
해가 밝았다. 새해는 희망의 상징이다. 아침 해는 거기 그 모습대로 뜨고 지는 궤적을 되풀이 하지만 우리가 새해를 달려가 맞으며 가슴 벅차는 감동에 떨며 힘을 얻는 것은 희망 탓이다. 햇살 속에서 실의와 좌절, 고통과 시련의 현실을 딛고 일어서는 꿈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역시 돌아보면 아쉬움 많은 한 해였다. 제대로 매듭짓고 해결한 일 보다는 미루고 포기한 과제들이 여전히 더 많았던 게 사실이다. 재외동포 문제만 해도 10여 건의 재외동포 관련법안을 처리하지 못했고, 참정권과 재외국민 대체복무제, 이중국적 허용 문제, 혼혈인 차별금지법 제정이 달라진 것 없는 답보 수준에 머물러 해를 넘겼다. 엄격한 잣대로 보면 두루 실패한 한 해였으며, 모두에게 불만스러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무의한 시간이란 없다.

중국동포와 고려인들의 최대 관심사로 해묵은 숙제로 남아있던 방문취업제가 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해 3월부터 시행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를 비롯한 CIS지역 무국적 고려인들의 국적 회복사업은 올 정부의 중점사업으로 채택돼 추진될 계획이다. 재외동포 참정권 문제도 여야가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루어 대선에 앞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할 태세다.

그 뿐 아니다. 재외거주 국민을 위한 대체복무제에 대한 정부 태도가 ‘긍정적 검토’ 입장으로 급선회 했다. 또한 재외동포재단을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총리실 직속 상설 재외동포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주장을 총리실과 여권이 앞장서 들고 나섰다.

이사장이 새로 취임한 재외동포재단은 상급부처인 외교부의 입김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독립’과 ‘대 재외동포 서비스팀’을 자임하고 나섰으며, ‘재외동포의 날’을 공식 제정하는 일도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해외송금 한도 확대안이 이미 마련된 것으로 보이고, 재외국민 영사업무의 서비스 개선방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뒤돌아보면,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이 여기저기 확연하다.

이 변화와 발전의 싹수를 ‘호들갑’이라 꾸짖는다 해도 굳이 반박할 할 생각은 없다. 반쯤 차 있는 유리컵의 물을 긍정의 기호로 읽을 것인가, 부정의 기호로 읽을 것인가는 이미 정오(正誤)의 차원이 아닌 때문이다. 핵심은 희망을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에 있다.

올해는 고려인 동포들의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70주년을 맞는 해다. 민족 수난의 시대에 조국 터전을 떠나 유랑과 이주로 점철한 까레이스키의 세월은 그대로 한민족의 아픈 역사다. 이런 고려인들의 연해주 재이주 및 정착사업이 지난해부터 그 싹을 틔우고 있다.

약 30가구가 마을을 형성한 우정마을을 선두로 재이주사업이 단계적으로 계속 추진되고 있다. 동북아평화연대와 자연농업연구소, 사회연대은행 등을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연해주고려인희망캠페인본부’가 출범하는 등 이들을 지원하는 행렬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고 있다. 또 강제이주와 소련 붕괴에 따른 사회적 격변 속에서 국적을 잃고 최하층 빈민으로 추락한 고려인 동포들의 국적 되찾기에 정부와 거주국이 한 목소리를 내며 문제 해결 의지를 밝히고 있다.

동포문제 난맥상과 정책적 오류와 실패로 미래가 어둡다 가늠될 때, 비판의 날을 세울 수 있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다만 나는 700만 재외동포 모두에게 오늘만큼은 ‘희망 읽기’를 권유하고 싶을 따름이다. 본디 희망이란 게 그 것을 찾는 이에게만 싹 트고, 꽃이 피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오늘이 바로 새해 아침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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