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팔현 기고 (11면 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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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팔현 기고 (11면 최종)
  • 장팔현
  • 승인 2003.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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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사회의 우경화를 보며 임진왜란의 장본인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떠올림은 비단 필자뿐만 아닐 것이다. 일본의 사상적 흐름을 대 한반도정책으로 국한할 때 토요토미 히데요시냐, 토쿠카와 이에야스냐로 단순화시키면 이해가 빨라진다. 이를 현재적 용어로 보면 매파 대 비둘기파의 구분이다.
토요토미는 우리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힌 인물이지만 일본에서는 인기 1위를 구가한다. 반대로 한국과 오랜 기간 우호관계를 가졌던 토쿠카와는 토요토미의 인기를 따라가지 못한다. 일본인의 잠재의식에는 한반도에 대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가도 힘이 우리보다 월등해질 때는 마치 콤플렉스를 풀어버리는 듯 한국을 무시하고 침략하려든다. 양국의 역사는 이를 잘 증명한다.
비둘기파는 성덕태자로부터 토쿠카와로 바통을 이은 뒤 1945년부터 1980년 사이에 빛을 발했다. 그러나 역사는 돌고돌아 토요토미의 시대에 다시 길을 내주고있으니 일본의 불행이자 한국의 암흑시대가 재현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매파는 특히 미국의 부시정권이 등장하면서 힘을 얻고 있다. 북한 핵문제와 일본인 납치문제가 불거져 나오면서 비둘기파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정·관·언이 혼연일체로 북한에 대한 마녀사냥을 시작했다. 바야흐로 현재 일본상공에는 매의 족속들만 우글거리며 굶주린 눈빛으로 '고치소오'(성찬) 거리를 찾고있다.
일본에는 자유 민주주의와 보수우익의 기조가 20년주기로 교차한다는 학설이 있다. 60년부터 80년까지가 전자라면 80년부터 2000년까지는 후자이다. 20여년전인 지난 77년 일본은 벌써 유사법제를 발의했고 82년에는 교과서파동을 일으켰다. 바로 우경화의 초입단계였다. 그런데 아직도 일본은 후자의 시대가 계속되는 것을 보면 그 학설도 이젠 폐기돼야할 실정인가 보다.
이런 맥락에 비춰 앞으로도 상당기간 토요토미의 매파시대가 지속될 것 같다. 오로지 끝없는 욕망끝에 철저한 파국을 맛봐야만 뒤늦게 후회하는 일본의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다.
일본의 신보수파를 '네오콘'이라고 부른다. 정부쪽에서 아베 신조 관방부 장관과 이시바 시게루 방위청 장관이, 정치권에는 야마자키 타쿠 간사장과 나카야마 타로 외교조사회장, 망언대장의 반열에 오른 아소 타로 정조회장 등이 포진해있다.
반면 비둘기파인 자민당의 카토 코이치 전 간사장은 선거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사퇴했고 친한파로 알려진 나카무라 히로시도 당내에서 힘을 잃고있으며 코노 요헤이 전 외무성 장관도 힘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여러 이유로 구속된 스즈키 무네오 의원 등은 어쩌면 코이즈미 등의 강경파에 의해 정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임란 전 통신사로 일본을 살피러 갔던 김성일의 허황된 평화론적 보고 보다는 황윤길의 전쟁대비론 또는 율곡의 10만 양병설에 더 무게를 둬야한다. 유비무환이 나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위정자들은 여전히 김성일식의 몽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전직 총리가 '일본의 유사법제를 걸고 넘어지면 소아병' 운운하고 있으니 우리 민족에게 이토록 중요한 시점에 왜 이렇게 역한 탁류가 소용돌이 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7.7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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