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한 단원의 재외동포 관련내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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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한 단원의 재외동포 관련내용을
  • 이진영
  • 승인 2003.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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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대학에 있다보면 여러 형태의 특례로 입학한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해외주재원이나 외교관의 자녀와 같은 재외국민 특례도 볼 수 있고, 농어촌학교 교장추천 혹은 어학 특기 등의 이유로 입학한 학생까지 여러 유형의 특례학생이 있다. 이들은 다른 학생들과 같이 어울려 새롭고 다양한 대학문화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대학에 다니던 20년 전의 사정은 사뭇 달랐다. 그 당시 군사독재의 한국에서는 단일한 회색문화만이 존재했던 것 같다. 그때 매 여름방학이면 상상하기 힘든(?) 의복과 신발을 걸치고, 격의없는 몸짓으로 '빠다 영어'를 사용하며 대화하던 '교포'학생들이 보이곤 하였다. 그들은 '달랐고', 선망과 비난을 동시에 받는 특이한 존재였다. 그들과 동일한 색깔의 '우리'와의 거리는 너무 멀어 같은 동족의 피를 나누었다고는 하나 오히려 외국인보다 더 이상한 느낌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었다. 아마도 동포이기에 일반 외국인과 구별하여 우리의 기대와 우리의 단일 문화를 암암리에 그들에게 투사하고 강요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세계는 좁아져 이제 세계화와 국제화는 친숙한 단어가 되고 있다. 또한, 교육과정에서부터 실생활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지구촌의 다양한 문화와 외국의 세계를 인식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국제화된 인재의 양성을 통한 한국의 세계화는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유네스코 한국본부는 한국의 중등교과과정에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질 향상을 위한 내용이 반영되도록 구체적인 건의를 하였다. 즉 세계인과 더불어 사는 방법이 어떠한가를 가르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혈연적으로 우리와 같고, 세계의 여러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재외동포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는 교과서에 반영되어 있는가? 중국에서 온 재중동포(조선족)는 이류시민으로 무시해도 되는가? 그들이 겪었던 험난한 과정을 모르면서, 왜 한국말도 못하냐고 재일동포에게 말해도 되는 것인가? 서구적 사회주의 문화를 향유하며 러시아어만 한다고 구 소련 동포는 우리와 다르다고 간단하게 선을 그어도 되는가? 한국의 중등교육과정에서 현재 재외동포에 관한 내용은 사회교과서에 인구통계와 10줄 정도의 내용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학교에서 지나가듯이 배운 학생들이 어떻게 다양한 재외동포의 삶을 이해하고 한국을 기초로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교과서에 재외동포에 대한 내용이 최소한 한 단원은 삽입되어야 한다. 각 지역의 독특한 역사적 배경과 우리 민족의 이주 그리고 현지의 삶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각의 다양한 내용이 반영되어야 한다. 막연한 국제화나 세계화를 얘기하지 말고 구체적인 어느 재외동포의 삶을 통해 그 국가사회 및 세계를 이해한다면 막상 추상적으로 흐르기 쉬운 교육이 진정으로 삶에 보탬이 되는 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은 세계의 국가들이 바로 우리 이웃에 있으며, 우리와 삶을 같이하면서도 다른 가치관과 질서, 역사의식으로 움직이는 것을 구체적인 재외동포의 사례를 통해 경험할 수 있고, 그 결과 다문화속에서 상생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교육을 통해서만 재외동포를 국가의 자산으로만 보는 도구주의자들이나, 외국인과 무조건 동일시하는 그릇된 세계주의자들을 키우지 않을 수 있다. 형제가 단순히 자신의 사업을 위한 가장 가까운 존재인가? 형제와 나는 어짜피 분리된 인간이므로 다른 사람과 동일하게 대해야 하는가? 형제들과 우애하는 법을 어려서부터 가르치지 않으면, 커서 사랑이 없는 이기심이나 냉정함이 관계를 지배하게 된다. 그러므로 중등교과서부터 재외동포를 이해하고 같이 공생하면서도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진정으로 한국에 기초한 세계화의 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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