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현정 괌 공항서 무릎 꿇려
상태바
가수 김현정 괌 공항서 무릎 꿇려
  • 홍제표
  • 승인 2003.07.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현정 괌봉변 계기로 비난여론 "미국에도 할말은 해야"

한국인이 '맹방' 미국의 문턱을 넘어서기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9.11사태 이후 전례없이 강화된 입국수속을 거론하는 것은 새삼스럽다. 하지만 가수 김현정(26)이 최근 괌에서 겪은 수모는 미국의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생각보다 훨씬 못함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많은 한국인들은 "최고 우방국가 국민에 대한 대우가 이 정도밖에 안되나"하는 당혹감에 적잖이 놀랐다. 상당수는 또 "그래도 유명 연예인사에게 이럴 정도면 일반인들이야 오죽할까"하는 자괴감에 사건 자체를 애써 잊고싶어하는 눈치다. 더욱이 괌은 미 본토와 달리 비자면제협정이 맺어져있고 한국 관광객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사건은 발단은 6월23일 오전 김씨가 모 방송사의 TV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다른 연예인 등 10여명과 함께 괌 공항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면서였다. 현지 이민국직원이 입국 사유를 문제삼아 이들을 제지했고, 김씨가 이에 항의하자 불법취업자 취급을 받고 혼자 6시간 가까이 강제구금됐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과도하게 몸수색을 당하고 무릎까지 꿇리는 처우를 받았다. 이민국은 또 한국영사관 관계자를 불러달라는 김씨의 요구를 묵살한채 "이곳은 미국영토이고 한국연예인 따위에겐 관심없다. 너 같은 애한테는 절대로 영사관 사람을 불러주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국은 또 "너는 이민국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며 더 항의하면 수갑을 채울 것"이라고 협박까지 했다고 김씨의 측근은 전했다. '영사관계에 관한 빈 협약' 등 국제법에 따르면 본인이 체포 또는 구금된 사실을 자국 영사기관에 통보해줄 것을 요청하면 외국사법 당국은 지체없이 통보할 의무가 있고, 영사관원은 자국 국민과 자유롭게 통신, 접촉할 수 있다.
김씨는 결국 뒤늦게 달려온 한국 영사관 직원에 의해 10시간여만에 풀려나 귀국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괌 정부의 공식사과를 받아들이긴 했지만 감정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은 것 같다. 괌정부와 달리 미연방정부 소속의 괌 이민국은 사과는커녕 아무런 반응조차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김씨는 한때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할 계획이었다. 김씨는 "강대국 국민이라면 이런 처사를 받았겠는가"라며 "설령 미국 비자가 취소되는 한이 있더라도 억울함이 풀릴 때까지 싸우겠다"고 일부 스포츠지와의 회견에서 밝혔다.
김씨의 홈페이지 등에도 김씨를 격려하는 글들이 쇄도했다. 일부는 이번 일을 최근의 반미감정과 결부시키기도 했다. 강희진(26. 서울 사당동)씨는 "공항 입국심사는 물론 미 대사관 면접 과정도 고압적이긴 마찬가지"라며 "비자심사 받으러 다녀오면 반미주의자가 된다"고 말했다. 김갑배(50. 민변) 변호사는 이와 관련, "비록 국민 한 사람이 당한 문제지만 정부가 당당히 나서서 공식항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외교통상부는 아직까지 별다른 대응을 하지않고 있다. 괌 영사관(주 하갓냐 출장소) 곽태열 부영사는 2일 전화통화에서 "본국정부로부터의 훈령이나 지시는 전혀 없었다"며 다만 "영사관 차원에서 우려를 전달했지만 이민국의 특별한 반응이나 코멘트는 없었다"고 전했다.
반면 외교부는 그 며칠 후 김운용 IOC위원의 아들문제로 현직 차관보의 불가리아 파견을 추진하는 '성의'를 보였다. "정부가 자국민 보호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 차관보는 당시나 지금이나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북핵문제의 실무책임자다. 8.6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