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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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다가 아니다
  • 전현자
  • 승인 2006.11.2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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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새벽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잠자리를 박차고
운명처럼 나서는 일터
온갖 때 묻은 빨래를 빨아주고,
주문 복잡한 빵을 싸주고,
청소를 해주고, 헌집을 고쳐주고,
힘겨운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일
그러나 이것이 다가 아니다.

오버타임을 하면 아플 시간조차 없이 살아도
이방의 삶엔 외로움으로 남는 시간이 있다.
가슴앓이 향수로 잠 못 드는 밤들이 있다.
속엣말 응어리진 가슴들이 있다.
그래도 이게 다가 아니다.

모국어가 아니어서, 나이가 들어서 가꾸만 가물대는 외국어
눈치로 알아채고 체면, 인격 다 삼키는 반방어리 삶
그러나 결코 이게 다는 아니다.

제 몸 기꺼이 다 내어주고
껍데기로 떠오르는 우렁이가 된다 해도
이게 다는 아니다.

그 어미 살 먹고 자란 새끼우렁이는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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