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한민족의 날’ 제정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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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한민족의 날’ 제정을 지지한다
  • 정영훈
  • 승인 2006.11.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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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훈 한민족학회 회장, 한국학 중앙연구원 교수
그동안에도 재외동포의 사기를 높이고 모국과의 결속을 다지자는 차원에서 재외동포의 날을 제정하자는 요구가 많이 있어왔지만 정부쪽의 반향은 별로였던 것 같다. 그런데 그간 소극적이던 정부의 태도가 최근 들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지난 9월 노무현대통령이 그리스동포들과 가진 대화자리에서 동포의 날 제정 요구에 대해 언급하면서 개천절과 한글날까지의 시기가 민족적 개성이 두드러진 기간인만큼 이들 기간을 동포주간으로 정하는 문제를 고려해보겠다는 발언을 했었는데, 최근에는 외교부가 나서서 재외동포의 날을 제정하기 위한 여론수렴작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평소 재외동포문제에 관심을 많이 갖던 한명숙의원이 국무총리가 될 때도 동포정책의 변화에 대한 기대가 높았는데, 차제에 기념일 제정문제에 대한 진전된 결정이 내려지길 바란다.

그런데 문제는 기념일을 언제로 하고 어떤 이름으로 할 것인지의 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기왕에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지만 필자는, 얼마전까지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이던 이광규박사가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안했던, 개천절을 ‘세계한민족의 날’로 지정하자는 의견에 지지의 뜻을 표하고자 한다.

그간 나온 의견중에는 재외동포이주사에서 특기할만한 날을 고르자거나 (가령 한인이민선이 하와이에 도착한 날 등) 추석이나 설 같은 민족명절 중에서 택하자는 의견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민사 속에서는 전체 동포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마땅한 날을 찾기가 어렵고, 또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또한 우리민족에게만 고유한 것이 아니고 동아시아인이 같이 즐기는 날이라서 특색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10월3일 개천절은 민족의 생일날에 해당하는 국경일로서, 재외동포의 날의 취지와 통하는 바가 많은 날이다. 기왕에도 개천절을 민족의 날로 지정하자는 제안을 해온 동포운동가들이 있었고, 특히 중앙아시아 지역 동포사회에서는 개천절을 고려인의 날로 정하여 축제를 개최해오고 있기도 하다.

개천절은 우리민족의 독자성과 동질성-공동체의식을 드러내주는 상징이자 그를 고취하기 위한 기념일이었던 만큼, 이날 재외동포를 기리고 모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취지의 기념행사까지 개최한다면 양자의 의의를 더욱 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 차제에 기념일의 이름도 단순히 ‘재외동포의 날’이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세계 한민족의 날’로 해서, 세계로 진출해있는 한민족이라는 의미를 표현하고 700만 재외동포만이 아닌 7800만 전체 한민족의 결속을 기하는 날로 모양새를 갖춘다면 그야말로 제대로 된 작명이 아닐까 한다.

내친김에 의견을 더 보태자면, 10월3일의 정부주관 기념식은 개천절경축식과 세계한민족의날 기념식을 겸하여 치르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되면 내년의 10월3일 행사는 ‘4339주년 개천절 및 제1회 세계한민족의 날 합동기념식’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더하여 개천절 날부터 10월9일 한글날까지의 일주일을 ‘세계 한민족주간’이자 ‘민족문화주간’으로 정하여 각종 재외동포관련 행사들을 집중하고 또 우리민족의 고유문화를 앙양하는 행사들도 개최하게 하면 좋겠다. 이렇게 나간다면 밖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 등 민족의 독자적 정체성을 위협하는 도전에 대응하고, 안에서 성장하고 있는 이기주의나 황금만능주의ㆍ사치향락주의 같은 탈공동체적 풍조를 교정하는 효과도 함께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구촌범위의 한민족공동체 건설운동의 본산이라 할 재외동포재단의 새 이사장에 평생을 재외동포운동에 바쳐온 해외교포문제연구소의 이구홍 소장이 취임하여 동포문제에 관심 갖는 이들의 기대가 크다. 바라건대는 새 이사장의 임기중에 ‘세계 한민족의 날’이 제정되고 그를 통하여 동포사회와 모국의 결속이 획기적으로 진전되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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