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민족 지식정보자원, 이대로 둘 것인가
상태바
해외 한민족 지식정보자원, 이대로 둘 것인가
  • 전형권
  • 승인 2006.10.02 13: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명한 가을이다. 이제 곧 내년 나라살림 짜느라 정치인들도 바쁘게 움직일 터다. 현 지구상에 이민자의 숫자는 거의 2억에 달한다. 실로 우리는 새로운 유목민의(nomadic)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동이 생명인 유목의 시대에 그동안 우리의 재외동포들은 정착지에서 수많은 기록물 등 유무형의 지적 산물들을 축적해 왔다. 긴 유목의 여정을 통해 가는 곳마다 이들이 뿌린 발자취는 한민족의 지식과 문화자원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변했으며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자원이 아닐 수 없다.

세계 각국에서 한민족이 생산한 이들 기록물과 문화자원 그리고 인적자원 등을 ‘지식정보자원’으로 통칭할 수 있다. 지식과 정보가 산업 못지않게 중요한 부의 원천이 되고 있는 지식 정보화 시대에 이들 자원을 발굴하고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작업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이민 1세기’에 생산된 자원을 집대성하는 작업이자 단절된 우리 역사의 공백을 복원하는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의 관리소홀과 방치, 그리고 모국의 무관심 속에서 망실될 위기에 처해 있다. 필자가 속한 연구진들이 방문한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지역의 문서보관소에는 우리민족이 생산한 기록물들이 습기진 창고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문서화 되지 않은 소중한 이주의 경험은 이제 얼마 안 되는 원로한인들의 흐릿한 기억 속에서 소멸을 앞두고 있다. 그런가하면 부문별로 현존하는 우수한 재외동포 인물들도 발굴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대부분 부처들은 국내현안에 사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 “해외사업은 차근차근 해도 늦지 않다”는 대답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문광부는 국내의 문화자원들을 정리하기에도 바쁘다한다. 교육부의 국외인적자원 담당부서는 자신의 업무관할 틀 속에서 접근하려다보니 기껏해야 국제교육진흥원 출신 유학생 위주의 DB구축에 그치려 한다. 재외동포사업 전반을 주도해야 할 재외동포재단은 예산부족으로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예산분배의 칼자루를 거머쥔 국회는 표밭인 국내사업에 급급하다보니 일부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국경 밖의 자원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둘 것인가? 비록 해외 한민족지식자원의 발굴은 당장 한 두 해에 걸쳐 성과가 나지 않는 지루한 작업이 될지 모르지만 누군가 앞장서서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적자원은 교육부가, 문헌정보자원과 문화자원은 문광부가 사업예산을 확보하여 국내사업의 지평을 해외와 연계시켜야 한다. 더 바람직한 형태는 재외동포재단 예산을 확보해 전문연구기관과 재외한인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해외한민족 지식정보자원 프로젝트를 출범시켜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모국은 물론 재외한인사회 전반에 걸쳐 학술·교육·산업적 측면에서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부가가치의 창출로 나타날 것이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