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계절, 경쾌한 입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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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계절, 경쾌한 입학식”
  • 장민석 (연해주 솔빈센터)
  • 승인 2006.09.1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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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한민족문화학교 입학식 체험기

9월 1일. 러시아학교의 새 학년이 시작되는 입학식 날.
설레임 속에 입학식을 맞이했다.

우수리스크에는 ‘연해주 한민족 문화학교’(공식 명칭은 제 3학교)가 있다. 동북아평화연대의 지원으로 한국의 다양한 도움을 받아 시설을 보수하고, 교육기재를 보완한 러시아의 정규학교이다. 러시아의 정규학교 수업과정에 ‘한국어’ ‘한국사’ ‘한국문화’가 필수 과목으로 추가되어 있다.

아직은 학생 수에 비해 시설이 부족하여 3부제 수업을 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고자 동평에서는 내년에 이 학교 한민족문화교육관이란 이름으로 2층까지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러시아는 11학년제이고, 9월에 학년이 시작된다. 막내 하연이는 4학년으로 입학했다. 기대 반 설레임 반으로 입학식 내내 몸과 표정이 굳어 있었다. 말이 안 통하니 몇 시간 동안 입을 꾹 다물고 지낼 수밖에 없는 노릇…. 이 학교에 한국학생은 모두 4명. 이곳의 일을 총괄하는 김현동 사무처장의 둘째딸 산하(6학년), 사촌 새임(6학년), 또 한명, 거기에 하연이가 추가되어 4명이 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작은 편에 속했던 애라, 덩치가 큰 이 곳에서는 더 작아 보이고 힘에 밀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이곳의 아이들이 작았다. 하연이의 키가 중간 이상인 것이다.

연해주 사무국에서 교육과 문화를 담당하고 있는 레나 선생님?(마치 하연이 이모와 같은 분위기)이 함께 가서 교장선생님도 만나고, 담임선생님과도 인사를 했다.

담임선생의 분위기는 우리가 가끔 외국영화에서 보던 선생님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곳도 역시 선생님들은 대부분 여선생이고 연령층이 높은 편이다.

1년 동안 공부할 교실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밝았다. 4학년 Б 반은 학생수가 24명. 다양한 민족의 공동체라 할 수 있는 학생 구성이다. 원래부터 러시아국적을 가진 아이는 8명, 그 외에는 고려인.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등에서 온 아이들이라고 레나가 설명해 주었다. 덕분에 러시아어에 능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제법 있다고 한다. 하연이에게는 다양한 민족과 언어를 접할 수 있고 친구로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여자아이들은 신입생은 물론이고 4학년 아이들도 머리에는 하얀 꽃모양의 레이스를 쓰고, 손에는 남녀 없이 꽃을 들고 있었다. 남자아이들은 정장을 하고. 고학년 남녀선배가 사회를 보고, 그 중 여자 선배는 신입생에 대한 환영과 서로서로 도우며 사이좋게 지내라는 당부를 경쾌한 노래(거의 가수 수준임)로 대신하고, 고학년이 신입생을 무등 태워 꽃을 단 종을 울리며 한 바퀴 돌고. 9월 초하루의 좋은 계절, 좋은 날씨 속에서 정말 경쾌한 입학식이 진행됐다.

입학식을 마치고 학교를 빠져나와 부지런히 끄레모바로 달렸다.
길옆에는 드넓은 메밀밭이 하얀 꽃으로 뒤덮여, 푸른 들 가운데 하얗게 펼쳐져 있었다.
모두가 바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곳에서, 정말 유쾌했던 막내 놈의 입학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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