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한글교육 실태<러시아 연해주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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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한글교육 실태<러시아 연해주편>
  • 김종헌 재외기자
  • 승인 2006.09.0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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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시설에 교실까지 부족

러시아 연해주에는 30년대 20여만명에 달하는 고려인이 있었다. 연해주가 독립운동의 근거지로 불릴수 있었던 원인중의 하나는 연해주에 크고 작은 민족교육기관 200여개와 사범학원까지 있어, 고려인들이 민족정신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38년 강제이주 열차는 고려인의 말과 글도 앗아갔다.
‘일제의 간첩’이라는 고려인에게 씌여진 굴레는 고려인들이 적성민족으로 분류돼 자신의 말과 글을 금지당해야 했던 것이다. 많은 민족교육 지도자, 지식인들도 숙청되거나 고초를 당했다.

그로부터 70여년이 되어가는 지금,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를 당한 이후에 현재 연해주 고려인의 인구는 다시 중앙아시아로 되돌아 오는 고려인의 숫자를 포함해 5~6만 명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세월의 풍파 속에 고려인의 민족적 정체성은 많이 약해질수 밖에 없었다. 4, 5세대로 이어지는 고려인들은 거의 말과 글, 전통적인 고려인의 습관과 문화에 대해 알지 못한다.

다행히 극동대학, 우스리스크 사범대학 등 연해주의 많은 대학에서 한국어과를 설치해 가르치고 있지만, 어린 시절 부터 민족언어를 배울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한국으로 부터 파견나온 종교단체나 민간단체 등에서 한글강습반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으나 수업외 과정으로 배우는 데는 한계를 갖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2005년 9월, 연해주에서 고려인이 가장 많은 지역인 우스리스크시의 제3학교(11년제 정규학교)가 한민족문화학교라는 이름으로 재개교했다. 2004년 고려인 이주 140주년을 맞아 고려인들이 러시아 정부에 민족학교를 지정해줄것을 요청한 결과이다. 38년 강제이주 이후에 68년만에 러시아 정규학교에서 한글교육이 정규과목으로 이루어지게 된것이다.

우스리스크 한민족문화학교는 한글교육을 의무화하고 3명의 한글 선생님과 역사문화담당 선생님을 두어 전학년 학생들이 1주일에 2~3시간 한글수업과 역사, 문화수업을 받는다. 그리고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고려인만 있는것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러시아 민족이 70%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학교는 고려인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다. 러시아 민족이라고 할지라도 한국어 수업은 역시 의무이다. 학교에서는 러시아인이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외국어 수업이자 다문화수업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9월이면 학교가 한민족문화학교로 재개교한지 일년이 되지만 학교 내부 사정으로 들어가면 여러가지 어려운 사정에 직면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중에 가장 큰 문제는 학교 자체가 낙후한데다, 학생들이 교실부족으로 3부제 수업을 하는 어려운 환경이다.

학교가 소속된 시정부가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비용을 댈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에서는 동북아평화연대의 제안으로 연해주고려인민족학교살리기 추진위원회(대표 도재영)를 발족하여 작년부터 학교 교실지어주기 모금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추진위에 따르면 학교의 건물을 만드는 소요비용은 2~3억정도, 100인위원회를 만들어 100만원씩 기부를 받고 있는데, 월주스님(전 조계종 총무원장)이 3000만원을 쾌척하는 등 40여명정도가 기부하고 있다. 이렇게 민간에서 기금을 만들고 있지만 아직 목표액을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또 추진위에서는 정부나 기업차원의 후원을 기대하고 있지만 우선 정부의 재외동포교육기관의 기준이 한글학교와 교민학교로 이루어져 있어, 이 학교처럼 현지 정부나 시소속의 학교의 경우는 지원이 어렵다. 기업도 아직 해외의 민족교육에 대한 지원을 하는데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

해외의 여러국가와 지역에서 민족교육이 진행되고 있지만, 러시아 연해주의 만큼 힘들게 다시 싹을 피우는 지역도 드물 것이다. 어렵게 다시서는 연해주의 민족교육, 모국의 지원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후원문의 959-7050 동북아평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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