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상트페테르부르크 최재근 총영사와의 인터뷰
상태바
러, 상트페테르부르크 최재근 총영사와의 인터뷰
  • 백동인
  • 승인 2006.08.24 16: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설 한국문화 공간> 총영사관 내에 곧 개설할 터
러, 상트페테르부르크 최재근 총영사와의 인터뷰

상트페테르부르크 총영사관은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톡에 이어 러시아에 3번째로 설치된 우리 공관이다.

올 3월 공관장으로 부임한 최재근 총영사는 충북 청주 출신으로 1975년에 외교업무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지난 30여 년 간 미국과 이태리 등 7개국에서 외교 업무를 수행한 베테랑 직업 외교관이다. 그는 지난 1999년 2월부터 처음으로 러시아와 인연을 맺은 이래로 7년째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이곳에서 활동하게 되어 정부 내에서 몇 안 되는 러시아 전문 외교통으로 불리고 있다.

그는 모스크바 주재 총영사로서 재외동포 정책을 큰 틀에 다룬 경험과 러시아 전체 자원의 45%가 매장된 이르쿠츠크를 포함한 러시아 극동지역의 자원외교를 2년 반 전담 수행한 이력이 진작부터 외교통상부 수뇌부의 눈에 들어, 초대 총영사로서 부임할 것으로 예상되어 왔다.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우리와 남다른 관련을 맺게 된 것은 1900년의 일로서 당시 대한제국의 상주 공관장으로 친러파로 불린 이범진 공사(1852 ~ 1911)가 부임하면서부터이다.

그는 당시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되는 제2회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려는 이준과 이상설을 도와 러시아 황제 알현을 중재하고 외국어에 능통한 자신의 둘째 아들 이위종(당시 20세)을 헤이그에 함께 파견했다.

결국 이준은 회담장 진입에 실패한 후 현장에서 자결했으며 그 사실은 회담장 입구에 동행한 이위종의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사회에 알려졌고, 이범진 공사도 1911년 1월 13일 전 재산을 미주와 블라디보스톡의 한인단체들에 기부한 후 이준 열사의 뒤를 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범진 공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여러 가지 자신의 족적을 남겼다. 특별히 1937년에 러시아 국립대에 유럽 최초로 한국어과가 개설된 것은 그가 재임 중에 국립대에 출강해서 열심히 한국어를 가르친 일로 시작된 것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기거했던 악차브리스카야 호텔은 지금도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이와 같이 한러간의 특별한 역사적 의미가 남아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초대 공관장으로 부임한 최총영사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정부와 역사의 특별한 부름을 받은 그가 구상하는 외교와 영사업무의 주요한 구상은 무엇인가? 이러한 물음을 해소하기 위해 기자는 2006년 8월 21일(월), 9시 30분부터 약 한 시간에 걸쳐 총영사관에서 그의 외교적 비젼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총영사와의 인터뷰를 요약한 내용이다.

1. 먼저 재외동포신문 독자들을 위해서 인터뷰에 응해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총영사께서는 지난 7년간 주로 러시아와 관련해서 공무를 집행해 왔는데 가장 인상에 남은 일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유학생 3명이 1999년 겨울, 화마로 희생된 모스크바대학 기숙사 화재사건과 2001년 6월, 상트페테르 국립대에 연수중인 우리나라 여학생이 기숙사에서 피살된 채 발견된 사건이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특별히 후자의 경우, 살인 혐의자가 터키로 도피함으로써 사건을 완결 짖지 못한 것이 한스럽게 느껴진다.

2. 최근 몇 년간 이곳을 중심으로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킨헤드의 테러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것에 대한 대비책은 무엇인가?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우리가 이곳에 온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그래서 이곳에 부임하자마자 즉시 마트비엔코 시장, 세르치코프 레닌그라드 주지사와 같은 이곳의 핵심적 정부인사들을 만나 스킨헤드의 발호와 테러로부터 우리 국민을 제도적으로 지켜낼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우리 정부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 문제의 해소를 위해서 스킨헤드의 주요한 표적이 되고 있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그 밖의 중동국가 외교관들과 협력회의를 가졌다. 그리고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이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대비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한 결과 미진하나마 러시아 치안당국 나름대로의 스킨헤드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된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와 같은 치안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러시아 정부와 시민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인식하게 된 것은 크나 큰 진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피해를 줄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우리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며, 사건 발생시 즉시 영사관에 알려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3. 상트페테르부르크 교민신문 다바이의 보도에 따르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호텔 객실은 파리의 1/4 정도로서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선 최소한 203개의 호텔, 즉 만7천600개의 객실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시 당국은 프리발치스카야 호텔 뒤편의 거대한 핀란드만을 메워 7척의 크루저 여객선이 동시에 접안 할 수 있는 초 대형 여객 터미널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닛산과 독일 포드, 그리고 토요타와 같은 세계적 자동차 기업들이 각각 연산 1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 중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 기업의 이곳에의 진출 열기는 희미하기만 하다. 우리 기업의 이곳에의 투자 확대를 위해 총영사께서는 어떤 보안을 갖고 계시는지 말해달라.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지금 자동차 산업과 같은 전통산업, 그리고 부가 가치가 높은 IT분야를 동시에 육성하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인텔이나 모토롤러와 같은 IT분야의 선도 기업들이 이곳에 연구센터를 설립했고 토요타와 닛산과 같은 일본의 자동차 기업들이 이곳에 제조공장을 건설 중이다. GM은 이미 자동차 조립 공장을 건설했다. 현재 매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매년 350만 수준이지만 조만 간에 그 숫자는 500만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원래 이곳은 기계와 화학분야의 공업으로 먹고 살던 도시이다. 그만큼 그 분야에 숙련된 풍부한 노동력이 있다. 머잖아 이 도시는 러시아의 디트로이트, 러시아의 실리콘밸리가 될 것이다. 숙박업도 대단히 유망하다. 얼마 전 레닌그라드주 주지사가 한국 기업의 이곳 진출이 미진한 것과 관련해서 아쉬운 속내를 털어 놓았다. 그러나 나는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현재 모스크바에는 40여 개의 지 상사와 22개의 중소기업이 진출해 있다. 그러나 이곳에는 삼성과 LG이외의 국내 기업의 진출이 전무하다. 이곳의 부동산 가격과 임금은 아직 모스크바의 절반 정도에 머물고 있다. 그러면서도 과학과 세계적인 대학들이 밀집되어 숙련된 고급인력이 풍부하며 지리적으로 유럽에 가까워서 물류 이동에 편리한 이점이 있다.

게다가 시 정부는 기업이 시 당국에 내는 법인세 및 재산세의 폐지를 선언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많은 자료들을 보았는데 그 정보만으로 투자를 결정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곳에 투자 의향이 있는 기업이 있으면 본인을 불러달라. 투자에 관한 것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프레젠테이션을 할 용의가 있다.

4.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잘 알려진 대로 러시아의 가슴이다. 그들의 감성은 이곳에서 만개한 발레와 심포니, 연극, 회화와 같은 예술을 통해 강렬하게 표출되었다. 얼마 전에 만나 인터뷰한 힉스 화란 총영사는 자신의 가장 중요한 업무를 통상지원과 문화교류 확대로 꼽았다. 총영사께서는 이에 대해 어떤 보안을 갖고 계시는가?

이곳은 명실상부한 러시아, 아니 세계적 문화유산지역이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의 문화유적에 등록될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국내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치는 학원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고 러시아 문화와 언어에 관한 흥미가 주춤거리고 있다. 대학의 러시아 관련 학과들도 비인기로 내몰리는 추세이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해소를 위해서 국내의 학술 및 문화 기관들이 러시아에 대한 기본적 관심이 지속될 수 있도록 인적 교류의 확대라는 형태로 계속해서 움직여 주셨으면 한다. 그것에 발 맞추어 우리 총영사관도 우리 문화를 이곳에 알리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

빠르면 새로 10월 중순부터 새 총영사관에 입주할 예정인데 새 공관에는 30~50명 규모의 내방객들이 한국문화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서둘러 개소할 예정이다. 물론 그것만으로 양국간의 문화교류가 활성화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지만 그것은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그곳에서는 전시회, 연주회, 연극 그리고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우리 문화가 상시 소개될 예정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곳의 대학들 가운데 <한국 언어문화 센터>를 개설한 곳이 아직 없다는 점이다. 우리 공관은 우리 문화의 확산을 위해 이러한 기관이 국립대에 개설하도록 돕거나 아니면 우리 공관 안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5. 모스크바와는 달리 이곳에는 아직 한인회가 조직되어 있지 않다. 심지어 상사협의회조차 없다. 그러나 1만 여명에 달하는 많은 고려인 동포들이 거주하고 있다. 총영사관이 앞으로 교민의 주요 창구가 되어야 할 한인회의 결성에 나설 용의는 없는가?

그것은 대답하기 조심스러운 문제이다. 그러나 한인회의 전초단계로서 <지상사협의회>와 여행업과 요식업을 하시는 분들이 주축을 이루는 <중소기업협의회>가 결성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 뒤 이곳의 각 선교단체나 종교협의회 등을 모두 아우르는 한인회가 출범할 수 있지 않을까? 고려인 동포들이 함께 우리 한인사회를 대표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시간을 두고 앞으로 결성될 한인회 관계자들과 의논해서 진행하겠다. 그러나 고려인 동포의 지위향상을 위해 총영사관은 모든 도움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6. 현재 3명의 전문 외교관과 5명의 외교지원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관 규모의 확대 의향은 없는지? 있다면 어느 분야의 충원이 가능한가?

먼저 9월 16일, 재외국민보호를 위해 이곳에 공식적으로 치안업무를 수행할 외사관이 부임할 예정이다. 법무관과 교육관도 추가로 필요하지만 모든 결정은 정부가 내린다. 전문 외교 인력은 장차 8~9명까지 충원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원인력도 10명으로 늘어날 것이다.

7. 외교통상부의 총영사관 웹사이트에 공관장의 핸드폰 번호를 공개하셨는데 혹시 그로 인해 불편한 경우는 없었는가?

불편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우리 국민의 높은 수준에 감사드린다.

8. 오늘 많은 스케쥴이 잡혀 계신데 오랜 시간 성실하게 답변해 주셔서 감사 드린다. 마지막으로 교민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곳에 오셔서 여러 분야에서 국위를 선양하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린다. 나는 이곳에 거주하는 우리 국민 모두가 민간외교사절이라 생각하며, 여러분들도 그에 걸 맞는 자부심을 가지시며 계속해서 해당 분야에서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주시기를 부탁 드린다.

아울러 10월 중순에 총영사관 공식 개관 행사를 가질 예정인데 러시아 학계와 문화계 기타 현대발레와 같은 전문 분야의 예술인들을 초청해서 한 주간 한국주간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 영화 상영도 있을 예정인데 모두 함께 참여하셔서 자리를 빛내 주시기 바란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