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계 호주인들, 정부의 늦장 대응에 불만 터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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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계 호주인들, 정부의 늦장 대응에 불만 터뜨려
  • 호주한국신문
  • 승인 2006.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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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2등 시민이냐”

19일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로 지상군을 본격 투입하기 시작하면서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항에는 미처 레바논을 빠져 나가지 못한 외국인들로 붐볐다.

항구 근처에까지 이스라엘군의 폭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왕좌왕하는 피난행렬 사이에는 수백명의 호주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이들을 사이프러스까지 실어 나르기로 되어있던 터키 국적의 배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무더위 속에서 두려움에 떨며 기다리던 이들 호주인들(대부분이 레바논계 호주인들)은 실망감에 어쩔 줄 몰라했다.

이중 일부는 당시 항구에 정박해 있던 그리스 배에 탑승을 했고 또 다른 일부의 호주인들은 나중에 도착한 영국 배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오후 현재 이 두 배에 탑승한 100여명은 사이프러스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아직도 베이루트항에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터키 국적의 배는 이중계약(double-booking)되었었다는 것이 호주정부의 뒤늦은 설명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호주정부의 늦장 대응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부 레바논계 호주인들은 라디오토크쇼 등을 통해 “호주정부의 대응이 늦어지는 것이 현지의 호주인들이 레바논계 무슬림이기 때문이 아니냐”며 “우리들은 결국 2등 시민에 불과한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라미 아브달라씨는 “더 이상 호주정부에만 기대고 있을 수 없다”며 휴가차 레바논을 방문한 아내와 딸을 직접 데려오기 위해 19일 밤 시드니 공항을 통해 출국하기도 했다.

현재 호주정부는 5천~6천여 명 정도의 호주 국적 여행자들이 레바논에 고립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중국적’ 제도를 통해 호주 국적을 갖고 있으면서도 계속 레바논에서 살아 온 2만~3만여 명의 사람들도 만약 전쟁이 악화되면 이들 중 대다수가 호주로 건너 올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벌써부터 news.com.au 와 같은 인터넷 뉴스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이와 관련한 호주 네티즌들의 의견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성’이라는 게시판의 속성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대부분 이들 레바논 이중 국적자들의 호주 입국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이다.

아이디 ‘King’을 쓰는 호주인 네티즌은 한 게시판에서 “수 십년 전에도 레바논 내전에 시달리던 이들을 불쌍히 여겨 호주에 받아주었으나 이들이 호주에서 과연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상기해 보자”며 “강도, 강간 등의 범죄를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일부 레바논계 청소년들은 정말 소수의 문제라고 치더라도 아이들만 10명 가까이 낳아 일도 안 하면서 먹고 사는 일부 레바논계 부부들을 볼 때마다 내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만 든다”고 써서 열띤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상당수의 한인들도 “분쟁의 위험이 상존하는 한반도 출신으로서 딱한 입장에 처한 이들 레바논 사람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면서도 “그러나 만약 이들이 대규모로 호주로 이주해 온다면 이를 반겨야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고백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이디 ‘isso’를 쓰는 한인 네티즌은 한 한국 포털사이트의 관련 기사에 단 댓글에서 “호주에 이민와서 생활하면서 레바논계는 참 폭력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결국 히틀러의 탄압으로 인해 생존이 절실해진 유대인이 레바논을 비롯한 아랍인들을 학살하고 이에 다시 이들이 과격해지는 악마의 도미노 현상이 아닌갚라고 반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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