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벨모아 파크에서 분출된 마지막 붉은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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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벨모아 파크에서 분출된 마지막 붉은 열정
  • 호주한국신문
  • 승인 2006.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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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과 탄식… 그래도 그들은 행복했다

밤비가 내렸고 자욱한 안개가 깔렸다.

간단치 않은 날씨에도 한국팀의 월드컵 예선 마지막 경기, 대 스위스 전을 응원하기 위해 센트럴 스테이션 앞 벨모아 파크로 한인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설마 이런 날씨에도 사람들이 모일까’하는 의구심이 무색하게 이전의 두 경기에 못지않은 3천 여명(주최측 추산)의 인원은 경기 시작 전부터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 스위스인 Jamie씨가 친구와 함께 대형 스위스기를 들고 한인 응원단 앞을 뛰어 다니는 만행(?)을 저지르자, 응원단은 야유를 하며 이들을 규탄(!)했다.

Jamie씨는 “국적과 응원하는 팀에 상관없이 이렇게 젊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다”며 “승패에 상관없이 멋진 경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날도 전과 다름없이 ‘시드니 붉은 악마’가 현장을 지휘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전반 초반 이천수가 적진 깊이 드리블을 해 나가며 흐름을 주도하자 응원단도 함께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날 벨모아 파크에는 김창수 총영사와 백낙윤 한인회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김 총영사는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우리 민족이 단합을 잘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어 기쁘다”며 “수많은 한인 젊은이들이 목이 터져라 성원하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되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백 회장도 “승패를 떠나 이렇게 한민족의 단결을 널리 알리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반갑다”며 “이 자리에 참석한 젊은 학생들을 비롯해 한국팀의 응원에 열성적으로 참여한 한인 모두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열심이던 응원단의 기대에 어긋나게 선취점을 기록한 것은 스위스팀.

장신 공격수 센데로스의 헤딩골이 한국팀의 골네트를 가르자, 벨모아 파크에는 일순 정적만이 흘렀다.

그러나 곧 응원단은 “괜찮아, 괜찮아”를 연호하며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전반전이 끝나고 휴식 시간이 되자 한인 젊은이들은 경기가 중계되던 대형 전광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즐거워했다.

한결같이 붉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던 응원단 속에서 가끔씩 함께 응원하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그 중의 한 명인 호주인 O’toole씨는 “한국팀의 승리에 50 달러를 걸었다”며 “한국이 꼭 이겨야 하는데”라고 말해 주변을 웃겼다.

후반전 들어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스위스를 전방위에서 강한 압박으로 몰아치기 시작하자 응원단의 분위기도 뜨거워지기 시작했다.그러나 후반 30분 경 스위스의 반격에 허를 찔려 프라이에게 추가골을 내어주자 응원단이 내뿜는 한숨소리에 시드니 도심 전체가 가라앉는 듯했다.

특히 이 골은 오프사이드(off-side)였다는 해석이 유력해 한인들의 실망은 더욱 컸다.
“말도 안 돼”, “심판 물러가라”, “정말 기막힌 상황이다”, “어떻게 이렇게 될 수갚 등 응원단의 탄식은 끝이 없었다.

심판의 판정에 의욕이 꺾인 듯 한국 선수들의 무기력한 플레이가 이어지자 응원단들은 애타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혹시나’하는 기대 속에 끝까지 지켜보며 목청을 높여 성원했다.

마침내 2:0 상황으로 경기가 종료되고 이천수 선수가 그라운드에 쓰러져 우는 모습이 화면에 비치자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던 몇몇 한인 여성들의 눈동자에 물기가 번지기도 했다.

시드니를 관광차 방문했다 이번 응원에 참가했던 이재철씨는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온다”며 “심판 판정도 애매했지만 그 이전에 한국팀의 골 결정력 부족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아쉬움 속에 서성대던 한인들도 차례로 자리를 떠나고 ‘시드니 붉은 악마’를 비롯한 한인 젊은이들은 마지막까지 뒷정리를 했다.

경기가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윤종혁 ‘시드니 붉은 악마’ 단장은 “심판의 판정 등 경기결과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면서도 “주변에서 도와주신 많은 분들이 있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응원을 조직해 올 수 있었고 정말 보람 있었다”고 그 동안의 응원과정을 총결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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