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무산, 정치권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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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 무산, 정치권 책임져야
  • 크리스챤투데이
  • 승인 2003.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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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응 목사 /안산외국인노동자 센터

고용허가제 도입이 무산됨으로 이주노동자 정책이 표류하게 된 부분에 대하여 정치권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UN에서는 7월부터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권리 보호를 위한 협약안'이 국제법으로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나 국내 정치권은 이주노동자 고용정책에 대한 합리적 정책대안을 외면함으로서 우리 사회 뒷걸음치게 하고 있고, 극단으로 내 몰고있다. 정부는 정치권의 역학 관계상 고용허가제 도입이 질곡을 겪고 있는 지금, 산업연수제도를 고용(노동)허가제로 정착시키기 위한 현실 가능한 제도 정비를 강력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 국민은 정치인들에게 총선 과정에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산업연수제도를 유지함으로서 외국인노동자 문제의 악순환을 방치하는 결정에 대하여 개탄을 한다. 6월 임시국회에서 고용허가제 도입이 무산됨으로 9월부터 노동대란이 예상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미등록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에 대한 강제 추방 조치를 취할 것이고, 이주노동자는 잡히지 않으려고 숨을 것이고, 이주노동자 고용 80%의 기업인들은 이주노동자 고용을 잠시 보류하거나, 숨겨주는 숨바꼭질을 할 것이다. 단속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중소기업인들이 "일할 사람 없는데 공장 문 닫으란 말이냐?" 하고 외치면 다시 단속은 중단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법무부도 28만 미등록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를 일시에 단속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는 근로자 신분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더 크게 고통의 신음소리를 낼 것이다. 일부 브로커는 더 많은 연수생을 배정 받기 위해 로비를 할 것이고 중기협 관계자와 공무원관계자는 뇌물 수수로 구속되는 상황이 예상된다. 송출브로커를 통해 많은 돈을 들이고 온 산업연수생은 한국에 들어오자 마자 이탈하는 상황이 재연 될 것이다. 근로자성을 부정 당하는 이주노동자들은 현실을 견디지 못하여 또다시 거리로 나서면서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라고 외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지난 10년간의 이주노동자를 둘러싸고 있는 현상이다. 금번 6월 임시국회는 고용허가제 도입을 통하여 이러한 악순환을 막고 미등록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를 일시에 해결 할 수 있는 적기였다. 그러나 이를 무산시킴으로 이러한 악순환을 방치한 정치권에 대하여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고용허가제 도입을 무산시킨 국회의원에 대하여는 낙선운동 등을 통하여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산업기술연수제도의 폐지는 정책적, 법률적, 국민 여론상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제도이다. 정책적으로는 2002년 12월 대통령선거 당시 민주당과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고용허가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었다. 법률적으로 1995년 이후 5차례에 걸쳐 대법원에서 연수생은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는 판결을 통하여 산업기술연수제도에 대한 사형선고를 내렸다. 국민여론상 중소기업인의 54.2.% 국민의 70%가 연수제도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에게 희망을 주어야 할 국회의원들은 정치싸움에 빠져있다. 전체 외국인노동자의 80%에 이르는 미등록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할 합리적 제도를 무시함으로서 국가를 혼란에 빠트림으로 우리 사회를 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에 치우쳐 합리적 정책대안을 유산시킨 정치권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고용허가제 도입 논의는 내년 총선 이후가 아니겠느냐가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렇다면, 고용허가제 도입을 무산시킨 정치인들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기 위한 낙선운동이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산업연수제도를 고용허가제로 가기 위한 행정의 준비와 정비가 마련되어야 한다. 산업연수제도를 확대하는 정책은 자기 모순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소기협이 현재, 연수제도를 통하여 낮은 임금구조와 국내노동자와의 임금차액에 의한 수입구조 의존 현실은 중소기업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일이다. 저임금 구조 의존 산업은 중소기업 생존전략이 아니다. 특히 정부는 이권을 중심으로 노예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지금의 구조를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중기협이 가진 연수업체 추천 권을 회수해야 한다. 행정을 통하여 외국인노동자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편법구조를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근로자성이 존중되는 법 정신에 맞게 정부의 행정과 구조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노예노동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현실에 소극적인 노동권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양대 노동권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비정규 노동자문제만 아니라 이주노동자 문제를 연대 수준의 문제로 삼는 현실을 비판한다. 노동자에 의한 노동자 차별 상황을 노동권은 어떻게 볼 것인지 심각하게 각성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고용허가제 도입 실패에 따라 노동권이 그 동안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음을 각성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양대 노총은 정책적 연대 지지가 아니라 이주노동자도 노동자로서 '외국인노동자를 동일 노동자로 받아들이는 운동'이 현장에서부터 일어나야 한다. 노동자로부터 이주노동자가 무관심과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연대사업으로 끼워 넣기 혹은 특수한 상황에서 연대를 넘어 일상에서 국내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간 만남의 접촉점, 깊은 연대의 고리를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주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 선언운동'을 전개하고 이주노동자를 노동자의 자리로 초청하는 사업을 일상적으로 벌여 나가야 할 것이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는 지금까지의 연수제도철폐운동을 새롭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 강제추방 반대 운동과 법개정 운동 역시 강력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 정치권에는 책임을 묻고, 노동권과 주민권에 밀착과 연대를 이어 나가는 활동으로 보폭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노동권과 주민권이 이주노동자 권리 회복을 위한 주체의 하나로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는 법제도 개선을 위한 통일성과 이주노동자의 다양한 사회적 권리와 기반 형성을 위해 좀더 전문적이고 부분화 된 모습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즉, 통일성과 다양성을 모색하고 구체화해야 한다. 사업에서만 아니라 조직 면에서도 통일성(전국성)과 다양성(지역성)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지금의 다양성과 참여성을 높여 낼 수 계기가 될 것이다.



2003-06-19 00:06
크리스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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