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월마트에 NO,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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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월마트에 NO, Thank You
  • 최정식 UN 한국협의회 사무총장
  • 승인 2006.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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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시장경제의 복판에 서서 전세계 개도국과 최빈국에 가혹한 시장개방요구를 하고 있는 미국도 사회적 불평등과 빈곤화로 내부사회는 썩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상원의원인 힐러리 클린턴이 작년 11월에 월마트가 선거자금으로 보낸 미화 5천달러를 돌려보냈다는 소식에 주목해보기로 한다.

1980년대 클린턴이 아칸사스 주지사로 있던 시절 힐러리는 월마트 이사회 일원이기도 했다. 힐러리가 월마트에 “No, Thank You”라고 말한 배경은 월마트의 저임금과 노동자들에 대한 인색한 의료보험혜택으로 인한 미국 주정부들의 정치적 거부감이 전 미국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지역에 130만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이중에 월마트가 의료보험혜택을 주는 인원은 고작 전체 노동자의 68% 정도에 불과하다(2004년기준). 이로 인해 미국 연방정부가 월마트 노동자들에게 울며 겨자먹기로 연간 지원하는 의료보호예산이 무려 미화로 2조5천억달러에 달한다.

월마트가 부담해야 할 의료보험예산을 납세자들에게 그대로 전가하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움직임이 전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 예로 메릴랜드 주 의회는 월마트의 로비와 주지사의 거부권이란 정치적 파워게임에서 승리하여 월마트를 포함한 모든 기업주는 무조건 매달 봉급의 8%를 의료보험료로 납부하도록 의무화했다.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된 1993년은 연방정부의 적자 예산에 3700백만명의 미국시민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클린턴 행정부는 보건의료정책을 유럽과 유사한 보편적 의료서비스로 개편하기 위한 의료정책개혁팀을 결성했다. 소위 클린턴 당선 후 “100일내 의료정책개혁 실천안”이 마련된 것이다.

클린턴은 힐러리를 의료개혁 태스크포스에 임명하고 600여명의 정부관료, 의회, 보험산업관려자, 의료보건산업전문가, 경제학자 등이 오랜 논쟁을 거쳐 의료개혁안이 의회에 제출되었다. 그러나 보건의료산업 기업가들이 “힐러리는 정부에 고용된 직원이 아닌 신분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회의를 주재할 자격이 없다”고 절차적 문제를 들어 의료개혁안에 대해 강력한 태클을 걸고 나왔다.

이 법안은 의회에서 약 20시간에 걸친 타협안을 놓고 실랑이를 벌였지만 결국 클린턴의 첫번째 정치적 도전인 의료개혁 시도는 좌절되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미국 시민들이 그 값을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미국의 보건의료정책 개혁의 역사는 1세기 전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당시 사회보장정책에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추가해 자신의 뉴딜 정책의 핵심 사업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미국 의학협회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되었다.

그 이후 트루만 대통령도 1948년 선거공약의 일환으로 시도했으나 미국의학협회와 미상공회의소측의 “보편적 의료서비스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적 발상”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싸움에 굴복했다. 따라서 1940년대와 1950년대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을 통해 의료보험혜택을 쟁취하는 방향으로 나아갔고 일부 사용자들은 비노조원들에게도 의료보험혜택을 제공했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지속되는 사용자 부담의 의료보험혜택제도다.

지금 미국은 월마트의 최저가격 저임금 정책으로 인한 미국 시민의 대량 빈곤화라는 치명적인 사회적 질병을 앓고 있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의료정책개혁이 또 다른 정치적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본다. 포쳔지 보도에 의하면 월마트 회장의 개인적 부는 18조3천달러에 이른다.

미국 노동자 평균임금의 수백배에 달하는 기업가의 멈추지 않은 탐욕이 미국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빈곤으로 인한 국민들의 반발과 신음소리가 미국 정치가들이 더 이상 월마타이제이션을 좌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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