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질높은 외국인정책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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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질높은 외국인정책 바란다
  • 설동본
  • 승인 2006.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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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최근(5월 25일) 충북 청원군의 한 작은 마을을 찾았다. 중풍에 걸린 95세 노모를 7년째 모시고 있는 필리핀 출신 여성결혼이민자 에미레씨 가정을 방문하고, 외국인 며느리들과 함께 하는 주민 한마당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에미레씨는 올해 어버이날 마을 주민들의 추천으로 복지부장관상으로부터 효행상까지 받았다.

노 대통령 내외가 찾아간 에미레씨의 슬레이트 가옥은 낡고 비좁았다. 노 대통령 내외에게 에미레씨의 늙은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없으면 못산다”며 며느리 칭찬을 했다. 에미레씨는 그렇게 병든 시어머니의 손과 발이 되어 고되지만, 사랑하는 가족들과 그리고 마을 주민들과 어우러져 소박한 삶을 살고 있었다.

에미레씨의 집을 나온 노 대통령은 “효도를 한국 사람만 하는 줄 알았는데 에미레씨 하는 것 보고 사람 사는 이치가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히면서 “에미레씨처럼 노모를 모시려면 목욕시설 등이 잘 돼 있어야 할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 말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외국인정책은 말 그대로 쉬운 문제가 아니다. ‘사람의 국제적 이동’을 다루는 정책으로서 외교·안보·경제·사회·문화 등 국가의 제반 분야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합적인 논의와 검토를 통한 체계적이고 일관된 정책 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외국인 문제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 인식의 전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거론돼 온 사안이다. 외국인력제도와 관련 1993년 산업연수생제도가, 2004년 고용허가제가 도입됐다. 외국국적동포에 대해서는 1999년 일부 재외동포의 취업활동, 금융·부동산거래 자유화 조치가 있었고 2002년 중국동포에 대한 취업관리제를 실시했다. 같은 해 출입국관리법에 영주권제도가 도입됐다. 관련 법 제도는 지속적으로 도입·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외국인정책에 대한 총괄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외국인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 4월 현재 82만여명으로 국민 100명당 1.7명꼴이다. 연말이면 100만명에 육박한다. 2005년 12월 현재 합법체류 외국인 가운데 외국국적동포는 14만6천여명으로 중국동포가 대부분이다(12만2천여명). 외국인과 결혼하는 국민도 2002년 1만5천여명에서 2005년 4만3천여명으로 급증했다.

2005년 총 결혼신고 건수의 13.6%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이 가운데 외국 여성과의 결혼이 72%였다. 여기에 경제·문화적 개방 진전에 따른 국제 인적 교류 증대, 우수 인력 및 기업의 국가간 유치경쟁 심화, 외국인 사회통합 비용의 점증 등 정책환경의 변화는 시간이 더할수록 외국인정책의 비중과 역할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고 있었다.

그만큼 단일민족주의에 기반한 출입국정책의 타당성을 검토해 외국인노동자의 법적 보호 문제와 국적정책 등에 대한 전향적 연구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정부도 외국인근로자, 외국국적동포, 불법체류자 등의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 입안을 세워왔고 올해부터는 시민단체, 학계, 관계부처와 회의를 통해 ‘외국인정책 기본방향 및 추진체계(안)’을 마련했다. 외국인정책 추진에 필요한 근거법령으로 재한 외국인처우 관련 기본법 제정 검토하고 있다.

이제 외국국적동포, 외국인근로자 문제에 있어‘우리(We)’라는 개념을 개방해 나가는 새로운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라는 개념을 진취적으로 열고 넓게 포용해 나가면 세계를 향해 길이 열린다. 다인종·다문화사회로 얘기되는 개방시대의 사회통합과 인류 보편가치인 인권의 추구는 외국인정책의 핵심 키워드다.

그래서 동포·외국인정책을 세계를 향해 한국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중요한 발판으로 삼아야 하는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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