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의 새 로마자 표기법을 아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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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새 로마자 표기법을 아십니까 ?
  • maninlove
  • 승인 2003.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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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보 제 21호인 석가탑을 외국에 소개하고자 할 때, 로마자로 어떻게 표기해야 할까 ? 정확한 로마자 표기법 사용에 관심을 갖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인은 아마도 "Sŏkkat'ap"으로 표기하는 것에 익숙할 것이다. 이러한 표기법은 1939년에 미국인 매큔과 라이샤워 두 사람이 만든 것인데, 1984년에 문교부에서 고시한 표기법도 전자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 따르면, 모음 "ㅓ, ㅡ"를 각각 ŏ, ŭ로 적고, 자음 "ᄏ, ᄐ, ᄑ, ᄎ" 등은 kꡑ, tꡑ, pꡑ, chꡑ로 표기하게 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지명의 로마자 표기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 대전을 Taejŏn, 김포를 Kimp'o, 남태령을 Namt'aeryŏng으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업무상, Paris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개최되는 한국인들의 각종 전시회나 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있는데, 국어의 로마자 표기가 무원칙하게 사용되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이것이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현지인들에게 혼돈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기존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정부에서는 2000년 7월 7일부터 국어의 새 로마자 표기법을 시행하고 있다(문화관광부 고시 제2000-8호). 그러나 새 표기법이 제정된 지 곧 3년이 되는데도 특히 외국에서 오래 거주하는 분들은 아직까지 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외국인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은 재외 한국인이 새로운 표기법을 잘 습득하여 이를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새 표기법 정착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표기법을 개정한 가장 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위에서 소개한 반달표(ŏ, ŭ)와 어깻점(k', t', p', ch') 등을 폐지하였다. 컴퓨터 사용이 일상화 된 정보화 시대에 위의 부호들은 컴퓨터 자판에 없어서 치기가 불편하고 어느 언어에도 없는 글자여서 내외국인 모두 거부감을 느꼈다.
예를 들어 “ㅓ”를 ŏ로 쓰기를 싫어한 사용자들은 u, eo, o 등 다양한 방법으로 쓰게 되어 로마자 표기는 일관성을 잃고 혼란상을 보이게 되었다.
두 번째로는, 국어의 유성음과 무성음을 구분하지 않고 한국인이 발음하는대로 표기하는 것이다. 유성음과 무성음은 한국인에게는 전혀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변이음에 불과한 것인데 종전의 표기법은 유성음이냐 무성음이냐에 따라 다른 로마자를 적도록 하여 한국인들 스스로조차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예를 들어 “부부”를 pubu로 적어야 한다고 아무리 가르쳐 주어도 왜 그렇게 적어야 하는지 한국인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결국 세계화 및 정보화 시대에 사는 우리들에게 로마자 표기법 개정은 불가피한 사항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
1. “어, 으”는 종전의 ŏ, ŭ에서 eo, eu로 바뀜 (“어머니“의 경우 ŏmŏni에서 eomeoni로, "음성”은 ŭmsŏng에서 eumseong으로)
2. “ㄱ, ㄴ, ㅂ, ㅈ”은 종전의 k, t, p, ch에서 g, d, b, j로 바뀜 ("부산“은 Pusan에서 Busan으로, “광주”는 Kwangju에서 Gwangju로, “대구”는 Taegu에서 Daegu로, “제주”는 Cheju에서 Jeju로)
3. “ㅋ, ㅌ, ㅍ, ㅊ”은 종전의 k', t', p', ch'에서 k, t, p, ch로 바뀜 (“충주”는 Ch'ungju에서 Chungju로, “태평로”는 T'aep'yŏngno에서 Taepyeongno로)
4. “ㅅ”의 경우, 종전에 sh와 s로 나누어 적던 것을 s로 통일함 ("신라“는 Shilla에서 Silla로, ”신설동“의 경우, Shinsŏl-dong이었는데 Sinseol-dong으로)
  
새 로마자 표기법은 종전의 표기법과 같이 한국어의 발음을 표기하는 원칙을 유지하였다. 예컨대 “독립문”과 “청량리”는 각각 발음이 [동님문], [청냥니]이니 Dongnimmun, Cheongnyangni로 적고, 마찬가지로 “국민”은 gungmin, “종로”는 Jongno로 표기한다. 만일 “빗”과 “빛”을 적는다면 둘 다 발음은 [빋]이므로 똑같이 bit으로 적는다. 또한, 종전과 같이 “ㄱ, ㄷ, ㅂ”이 어말이나 자음 앞에 올 때는 k, t, p로 적는다. 예를 들어, “곡성”은 Gokseong으로, “정읍”은 Jeongeup으로 표기하게 된다.

그 외, 몇 가지 예외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국어발음을 옮기는 원칙을 취하고 있지만 된소리가 되는 경우는 이 원칙에서 제외시킨다. 예컨대 “낙동강, 울산”의 경우 발음은, [낙똥강], [울싼]이지만 된소리를 무시하고 Nakdonggang, Ulsan으로 적는다.
2. 발음상 혼동의 우려가 있을 때에는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쓸 수 있다. 예컨대 “중앙”은 Jung-ang, "해운대“는 Hae-undae로 표기한다.
3. 인명은 성과 이름의 순서로 띄어 쓰고 음운변화는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다. 이름은 붙여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쓰는 것을 허용한다. 예컨대, “성춘향”은 Seong Chunhyang(Seong Chung-hyang)으로, “홍길동”은 Hong Gildong(Hong Gil-dong)으로 표기한다. 단, 성의 표기는 따로 정한다. 왜냐하면, “李”는 표기법에 따르면 I이지만 이렇게 표기하는 사람은 없고, Lee 표기 사용이 95%가 넘으며, 그밖에 Rhee, Yi, Li 등이 쓰이고 있기 때문에 표기법에 따르도록 권장하기 어려운 성씨에 한해서 관습적 표기를 표준안으로 삼아 향후 성씨 표기 표준안이 발표될 계획이다.

새 로마자 표기법은 여러 가지 우려의 소리에도 불구하고 먼 장래를 위해  개정된 것이다. 과거의 표기법의 제반문제에도 불구하고 이에 그럭저럭 익숙해 있었기 때문에 새 표기법의 사용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이 인터넷상에서 검색작업을 할 때 잘못된 로마자 표기법의 사용으로 원하는 정보를 찾지 못하거나, “충주“와 ”청주“, ”전주“를 각각 Ch'ungju, Ch'ongju, Chongju로 표기하여 혼동을 빚는 일이 거의 불가피한 현실을 개선하려면, 한국어 사용의 주체인 우리들 스스로가 국어의 새 로마자 표기법 정착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국어의 새 로마자 표기법에 관한 더욱 자세한 내용은 문화관광부 소속 국립국어연구원 인터넷사이트(http://www.korean.go.kr/index2.html)의 공지사항 항목을 참고하기 바람.


2003.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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