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게 불어 닥치는 “가족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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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불어 닥치는 “가족의 소중함”
  • 임용위
  • 승인 2006.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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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암 서예원에 때 아닌 가훈 제작 열풍
한인사회에 때 아닌 가훈(家訓) 열풍이 불고 있다. 순조로운 이민생활을 영위해 나감에 있어 ‘가족’을 지키고 그 의미를 되새긴다는 뜻에서는 일단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인다.

언제부터 그 바람이 불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훈을 만들고, 가훈이 들어간 족자나 액자를 제작하는 일이 소나로사의 조그만 공간에서 붐을 일고 있다. 바로 재암 서예원(원장 조 재암)이 분주한 손놀림으로 가훈 제작 열기를 형성하고 있는 장소인데, 하루 평균 두 건 이상씩의 가훈 제작 주문을 동포들로부터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예(書藝)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가훈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하는 조 재암 원장(70)은 밀려오는 제작 주문을 소화하느라 평일의 밤늦은 시간은 물론이고 일요일까지 서예원을 지켜야 하는 진풍경을 자신도 예견하지 못한 일이라고 토로,

조 원장이 붓과 씨름하는 일은 5월 중순으로 계획한 자신의 두 번째 서예전을 앞두고 작품 제작에 몰두하고 있던 터였다. 학생, 직장인, 주부 등 많은 한인동포들을 대상으로 단학과 서예, 한문을 수련시키는 가운데 틈틈이 서예전시회를 대비해 붓을 휘두르고 있던 조 재암 원장은 “뜻밖에 적당한 가훈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받고 한 두 작품 좋은 가훈을 상담하고 액자에 담아 준 것이 지금은 주문이 쇄도하는 기현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피력한다. 한번 찾아 온 동포가 두 세 번씩 찾아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액자로 완성한 가훈을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동포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조 원장은 덧붙인다.

가족을 구성하고 그 구성원을 한 데로 묶어주는 역할은 그 가족이 지향하는 공동체 의식일 것이다. 특히 이민생활에서 가족 개개인이 정신없이 바쁜 생활을 질주하다보면 그 중요함이 퇴색할 염려가 있는 게 현실이다. 아마도 그런 계기로 해서 가훈의 중요성이 새삼스레 떠 올려 졌을 것이고, 가족 모두가 지켜보는 거실의 한 공간을 가훈이 걸린 족자나 액자가 한 역할을 지대하게 할 것이라는 생각이 적절하게 들어맞았을 것이라고 본다.

“가훈을 만들고 싶다는 동포들의 방문이 빈번해지면서 그들이 요구하는 좋은 가훈을 함께 상담하며 찾아 나갈 때 가장 큰 보람과 행복을 만끽한다.”는 조 원장은 학생들에게 서도를 가르치고 서예전을 대비한 개인적인 일도 중요하지만, 가훈 상담에는 만사를 제쳐놓고 서두를 만큼 더 큰 비중을 두고 “동포들이 흡족해하는 가훈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고 피력.

물론 많은 동포들 수에 비하면 멕시코 한인사회에서 부는 일각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모처럼 혹독한 이민생활에서의 가족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가족 구성원의 연대의식을 일깨워준다는 차원에서 너나할 것 없이 장려하고 싶은 발로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임용위/재 멕시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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