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한마디 없는 신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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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한마디 없는 신임대사
  • 임용위
  • 승인 2006.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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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악재가 다시 꿈틀거리진 않을까?’
많은 사람(재 멕시코 한인동포)들이 떠 난지 석 달이 넘는 전임 대사를 회자한다. 그리고 그를 동포사회에 믿음직한 공관장으로 드러내게 했던 서기관까지.

두 사람은 지금 이곳에 없지만, 이곳에서 그들이 얼마나 동포들과 가까이 어우러져 지냈는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그 그리움이 저마다의 가슴에 깊이 각인돼 있을 것이다. 그들은 각계각층의 동포들과 소주잔을 기울였고 격의 없는 얘깃거리가 만들어 낸 분위기는 간혹 씩 노래방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그들이 그렇게 대 동포사회에만 안주했다면 또 그것조차 구설거리였겠지만, 대외적인 경제외교 그리고 문화, 봉사 분야에서도 외교관으로서의 자질과 본래의 수완을 십분 발휘하며 활약했다. ‘너무 나서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힐책도 없지 않았지만 늘 가까이서 자주 눈에 띄었던 그들의 모습과 마주하는 동안에 멕시코 한인사회는 그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순간들을 능히 헤쳐 나가는 용기가 끊임없이 분출되곤 했다.

우리는 지금 신임대사가 무슨 일로 바쁜 지를 거의 모른다. 관심이 도통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수년전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지금의 그는 한인사회에, 아니면 멕시코 현지사회에 등장한 지 두 달이 넘어가지만 아직 이렇다 할 코멘트 한 마디도 없다. 예전의 그 사람처럼 뻔질나게 지상으로, 또는 온갖(크건 작건) 행사의 서두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일정을 소개하고 동포들을 격려했던 모습까지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신임대사로서의 대 동포 인사말조차 없다는 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것 하나만이라도 그들(재 멕시코 한국대사관)이 알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세마나산타 기간에도 한인회 사무실은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한민족체육대회와, 곧바로 이어지는 레포르마 거리 일각에서의 한-멕 축전 행사를 코앞에 두고 한인회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식히느라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낼 여유도 갖지 못한다.

아는 바가 없어서 그런지, 아님 동포 사회의 대민 업무와는 그 방책이 달라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무지(?)나 무관심을 초지일관하다 혹시라도 ‘그 옛날의 악재가 다시 꿈틀거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는 당최 지울 길이 없다.

임용위/재멕시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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