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한국어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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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한국어강좌
  • 브라질 하나로닷컴
  • 승인 2006.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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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화요일 저녁 8시 반. 매주 2회에 걸쳐 대학생들을 위해 ‘한국어 강좌’ 가 열리고 있다는 상파울로 대학(USP)을 찾았다.

아직 야간수업이 한창인 듯 외국어 문화센터 입구에서부터 내부에 이르기까지 학생들로 붐비었고, 학생들 사이를 가로질러 계단을 오른 후 ‘한국어 강좌’ 가 열리고 있다는 복도에 들어서자 복도 중간쯤에서 여자 목소리인 듯 ‘이것이 무엇 이예요?’ 라는 귀에 익은 한국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반가운 마음에 들려오는 소리를 따라 가보니 교실에서는 약 15여명 되는 학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 교수가 칠판에 한글로 ‘이것이 무엇 이예요?’ 라고 쓴 글씨를 제법 정확한 발음으로 읽어 내려 가고 있었고, 여 교수의 말이 끝나자 마자 학생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두들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노트에 열심히 무언가 적어 내려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교실 학생들을 살펴보니 약간의 동양인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브라질 학생들로 교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그 중 유일하게 맨 앞줄에 앉아 있는 반 흑인(모레노)의 외모를 가진 한 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그 학생 역시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노트에 무언가 필기를 하느라 열중하고 있었는데 조금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니 조금 전 여 교수가 칠판에 적은 한글 글자 수에 비해 꽤 많은 글씨들을 적어내려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에 궁금증을 느낀 기자는 슬그머니 그 학생 옆으로 다다가 노트를 살펴보니 그 동안 타자에 익숙한 나머지 필기체가 자신이 아니면 도저히 알아볼 수 없는 괴이한(?) 필기체를 자랑하고 있는 기자에 비해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을 듯할 필기체 솜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기자의 표정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하던 필기를 잠시 멈추고 기자를 향해 ‘씨~익’ 하며 유난히 흰 치아를 내 보이며 웃음을 지어 보여주었다.

하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반듯한 한글 필기체도 그렇지만 한글 옆에 일본어까지 함께 적어내려 가고 있었던 것.

잠시 그 학생에게 넋을 잃은 나머지 당초 취재 목적도 잊은 채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여 교수 쪽으로 눈을 돌리는 순간 우연치 않게 여 교수와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바로 임윤정 교수. 조금 전 복도에서 들린 목소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임 교수는 강의를 잠시 멈추고 “어서오세요.” 라며 반가운 표정으로 기자를 반겨주었고 학생들 역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라며 손을 흔들어 주기도 했다.

서로 인사를 주고 받은 후 또 다시 임 교수의 강의가 시작되었고, ‘뭐에요?’ 라고 칠판에 쓴 후 학생들에게 설명을 하는 임 교수. 그런데 칠판을 바라보던 기자는 ‘‘뭐에요?’ 가 아니라 ‘뭐예요?’ 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 임 교수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려고 다가가는 순간 갑자기 머리 속으로 ‘만일 학생 중 이 상황에 대해 올바른 지적을 한다면 제대로 한국어 강좌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라는 생각에 그냥 조용히 학생들의 반응을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나름대로 흥미거릴 거라고 생각할 시간도 잠시. 갑자기 교실 곳곳에서 웅성웅성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급기야 조금 전 기자에게 반듯한 필기체를 앞세워 멋지게 한방을 날린 그 학생이 당당하게 “교수님 ‘엷가 아니라 ‘예’가 아닌가요?” 라는 지적과 함께 기자에 이어 임 교수를 상대로 ‘연타’(?)를 장식했다.

강의를 마친 후 연타(?)의 주인공인 제펠손(25)군을 만날 수가 있었는데 한글 필체와 유창한 일본어 실력에 대해 “일본어는 일본에서 약 4년간 거주하며 배웠고, 한국어는 태권도를 배우던 시절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USP에서 ‘한국어 강좌’ 가 신설되었다는 소식에 무작정 접수를 했습니다.” 라며 웃음과 함께 또 다시 흰 치아를 보여주었는데 이 에 임 교수는 “이 학생은 한글을 한문으로 먼저 적고 난 후 한글로 옮기는데도 다른 학생들 보다 이해가 빠릅니다.” 라며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워 보여 주었다.

현재 독일어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는 찌아고(20)군은 “요즘 자주 여 동생과 함께 의류를 구입하려 봉헤찌로에 가면 많은 한인들의 볼 수가 있어요. 저번에는 한국인 의류점에 갔는데 제가 한국말로 ‘독도는 한국땅!’ 이라고 외치자 주인 아주머니가 기특하다며 옷 값을 많이 할인 해 주더라고요.” 라고 큰 웃음을 지은 후 갑자기 주먹을 불끈 쥐며 “독도는 한국땅!” 이라고 큰 소리로 외치자 교실전체가 웃음바다로 변해 인터뷰 진행이 잠시 중단되는 위기를 맞기도.

오랫동안 헝가리에서 살다 왔다는 리지아(23)양은 “작년에 한국친구가 유학을 왔었어요. 당시 그 친구하고 방을 같이 쓰기도 했는데 처음에는 얼마나 쌀쌀한지 말을 제대로 걸어보지도 못했어요. 동양인들은 다 그런 줄 알았죠. 그런데 지내다 보니 성격도 좋고 착해 서로 말도 많이 주고 받고 친해 졌는데 그만 작년에 한국으로 돌아갔어요. 지금도 많이 생각나고 보고 싶어요.” 라며 국경을 뛰어 넘는 캠퍼스 우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임 교수는 “현재 약 20여명의 학생들이 ‘한국어 강좌’를 배우고 있어요. 올해부터 정식 선택 과목으로 채택되어 학점에도 반영이 되고 있는 만큼 학생들의 참여와 열성이 대단합니다.” 라고 간단하게 소개를 해 주었다.

비록 이들에게 멋지게 연타를 맞았지만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브라질 학생들의 모습에서 아픔보다는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새삼 느낄 수가 있었던 뜻 깊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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