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명숙 총리’를 반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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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명숙 총리’를 반기는 이유
  • 김제완
  • 승인 2006.04.02 00:0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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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일이 아직도 있을수 있지요?"

지난달 16일 재외동포신문이 제정한 '2005 올해의 인물' 시상식이 끝나고 축하객들이 참석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이 상의 공동수상자인 한명숙의원이 이렇게 말했다. 일본 유럽등 재외동포들이 여럿 참석한 이 자리에서 축하분위기가 어색해질 정도로 동포에 대한 한국정부의 무관심과 차별에 대한 여러 사례가 터져나왔다.

그중에 한 재일동포의 발언이 관심을 끌었다. 그는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에서 세금을 내며 큰 사업을 하고 있지만 자기이름으로 된 휴대폰을 가질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유일한 제도이며 과거에 국민통제를 위해 만든 주민등록법이 문제의 한 원인이라는데에 인식이 미치자 한의원의 입에서 이와같은 한탄이 흘러나왔다.

한의원의 말을 듣고 동포문제 전문가로 알려진 다른 참석자는 그와 반대로 아주 낙관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그동안은 이같은 답답한 상황들을 동포들만이 안고 살았으나 이제는 여당의 중견정치인이 이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니 얼마나 큰 진전이냐는 것이었다. 좌중에 실소가 터졌다.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이 지난    달 총리로 내정돼 국회 청문회를 기다리고 있다. 민주화운동 시민운동을 거치며 고초를 겪은 경력에다 지난 정부때부터 장관직을 두번 역임하며 인정받은 행정능력을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역사에서 첫 여성총리라는 점에서 야당에서도 한의원을 낙마시키기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같다.  

재외동포의 입장에서 그의 총리등극은 반갑기 짝이 없다. 지난 한해 재외동포교육문화진흥법을 발의했고 사할린동포문제 해결을 위한 공청회를 여는등 국회내의 어떤 의원보다 동포문제 해결을 위한 법제정에 앞장서왔기 때문이다. 그가 공청회장에서 한국정부가 반세기동안 외면해온 사할린 동포들에게 사죄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는 또 동포문제에 대해서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온 외교부의 관료주의에 단호히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그는 외교부관리들의 부정직한 언행에 분개한다고 말해 방청객들을 놀라게 했다.

한의원이 재외동포재단의 비전에 대한 계획안을 달라고 외교부에 요청했으나 거짓답변으로 일관하며 묵살했기때문이다. 여당의 실세정치인에게도 이같이 대하는 외교부 관리들의 오만함을 상시로 겪어야하는 동포사회는 오죽하겠는가. 한의원은 재외동포들과 같은 눈높이 체험을 한 셈이다.

지난해 12월 모처럼 열린 재외동포정책위원회에서 위원장인 이해찬총리는 의제중 하나인 재외동포기본법을 다시는 올리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 법에는 외교부산하기관인 재외동포재단을 대통령 직속의 재외동포위원회로 승격시키자는 방안이 들어있다. 이에 대해 동포사회와 외교부의 의견이 치열하게 맞서 있는 중이다. 그런데 총리가 외교부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것도 이미 다 끝난 것인데 왜 자꾸 올리느냐는 신경질적인 반응이 담겨있었다.

이 법안은 지난해 12월14일 권영길의원에 의해 국회에 상정됐다. 그 직후에 총리의 입에서 나온 이같은 발언은 법의 통과를 바라는 동포들에게는 충격이 아닐수 없었다. 총리가 외교부의 포로가 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제 고집스러웠던 이해찬 총리는 물러났고 그 자리에 그와는 아주 다른 입장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한의원이 들어선다. ‘한명숙 총리’ 시대에는 동포문제가 이제 소수자의 외로운 외침이 아니라 당당하게 한국정부의 국정의제중 하나로 자리매김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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