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교사 협의회‘2006 한국어 살리기’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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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교사 협의회‘2006 한국어 살리기’재개
  • 뉴질랜드 타임즈
  • 승인 2006.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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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정규학교 한국어 수업 맥 잇기…NCEA 평가 과목 위상도 유지해야

“한국어가 NZ대학시험 격인 NCEA의 한 과목이라는 사실을 아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한국어교사 협의회(이하 한교협) 하은희 회장의 말처럼 영어에 신경 쓰느라 정작 모국어인 한국어가 어느 정도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들여 제작한 NCEA 시험지가 응시생 부족으로 폐기 처분 될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면? 벌써 10년 이상 한국어를 교과목으로 채택해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이고 있는 고등학교가 한국어를 폐강하게 된다면? 엄청난 낭비일 뿐 아니라 뉴질랜드인이 애써 보이고 있는 한국, 한국인에 대한 관심을 묵살하는 건 아닐까.

이에 한교협 교사들은 이 사태를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 ‘2006 한국어 살리기’ 운동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999년 본지의 후원으로 시작돼 이미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는 ‘한국어 살리기 운동’의 요지는 뉴질랜드 정규학교에서 현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수업의 맥을 잇자는 것. 이를 위해 필수적이고 급선무인 기금 마련과 활성화 방안을 연구할 후원회 결성이 그 첫번째 과제로 선정했다.

한국어‘맛’만 봐도 그나마 다행
현재 뉴질랜드 고등학교 중 한국어를 정식 과목으로 채택한 곳은 Kelston Boys’High School(이하 KBHS) 한 곳 뿐. 한때 6개 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이 진행되던 때와 비교하면 너무나 비교되는 수치다. 게다가 KBHS마저 현재 예산 부족으로 한국어는 아슬아슬한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초중등 학교의 경우 아직은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교 수가 제법 된다. 2006년 현재 6개 학교에서 약 1천여 명의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학생들이 한 Term 정도 한국어 맛을 보는 정도로 그치는 학교가 많다는 것. 그나마 이‘맛보기’조차 지속될 수 있을 지 회의적인 상황이지만. 이런 이유에다가 재정적인 문제까지 겹쳐 8년에 걸쳐 개최했던 한국어 말하기 대회조차 중단된 상태다.

뉴질랜드 내 한국어 교육은 지난 1995년 오클랜드 지역 4개 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채택함으로써 시작됐다. 당시 Asia 2000재단(현 Asia:NZ)에서는 한국 관광객 증가와 양국 무역통상의 증대에 따른 현실적인 결정으로 판단, 뉴질랜드 고등학교에 한국어 교육 도입을 희망한 것. 이에 따라 5명의 현직 교사가 한국어 보급 프로젝트에 참가, 한국어 학위 과정을 이수함으로써 현지인 한국어 교사가 탄생하게 된다. 한국어를 채택한 학교 역시 미래에 대한 앞선 선택으로 인식,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 들였다. 1997년 본격적으로 한국어 보급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수강생 수는 3천여명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난 2000년 부로 교육부가 주관하던 3년 시한의 한국어 보급 프로젝트는 끝이 나고 뉴질랜드 정부 예산은 더 이상 한국어에 배정되지 않게 된다. 이는 곧 자체 노력 없이는 뉴질랜드 초중등 학교에 한국어 교육의 맥이 끊길 위기를 맞았다는 의미.

이에 따라 한교협은 한국어를 살리겠다는 의지 하에 지난 99년‘한국어 살리기’캠페인을 실시하고 교민 모금운동을 전개했다. 당시 이 캠페인은 큰 호응을 얻어 OKTA를 비롯한 기관단체, 뜻있는 교민들과 교민 사업체에서 후원의 손길이 끊이지 않았다. 선물용품져까치방’은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꾸준히 후원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이며 올해는 호주투어에서도 후원에 가세했다. 당시 주뉴한국 대사관 오클랜드 분관 최대희 영사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지난 2001년 드디어 NCEA 평가 대상 과목으로 지정받게 된다.

최인실 교수(오클랜드대 한국어과)가 집필한 한국어 교재‘나미 안녕’이 뉴질랜드 각 초중고교에 배부된 것도 영사관의 후원 덕분. 한때 6백명 선으로 줄어들었던 한국어 수강생 수도 2003년 들어 2천여명 선을 회복했다. 재정 지원이 넉넉했던 2002년까지는 매년 뉴질랜드인 한국어 교사의 한국방문 연수가 진행돼 현지인 교사들에게‘한국 언어 연수’기회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재정 지원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한국어 수강생 수도 함께 줄어 현재는 1천명 선에 그치고 있다. 한국어 교육의 선두주자 KBHS마저도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는데다 학교 재정난 역시 좋은 상황이 아니다.

KBHS 한국어 담당 김영숙 교사는 “남학생들이라 외국어에 대한 관심이 그리 높지 않아 학생 수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무엇보다 가장 절실한 재정적인 면을 후원해 줄 교민 사업체 뿐 아니라 한국어 살리기 운동에 동참해 이 사업을 활성화하는데 도움을 줄 분들을 기다리고 있다. 영어권 지역 한국어교육에 뜻을 둔 신입 교사 모집도 이 운동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한편 주뉴한국대사관 오클랜드 분관(총영사 강준형)에서도 한국어 살리기 운동에 큰 관심을 보이며 긍정적인 회답을 보내 교사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외국어가 널리 보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력과 외교, 무역, 관광, 이민 등의 인적 교류 뿐 아니라 해당 국가의 홍보, 취업 가능성 등 국가 차원의 기초가 마련돼야 하기 때문에 영사관의 관심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 든든하다. 여기에다 교민 차원의 후원회 활동이나 기금 마련이 합친다면 한국어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는 않을 것이다.

한교협 교사들은 “한국어를 개설하고 있는 기존 학교에 대한 재정 지원은 그 동안 한국어 교육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성의를 보인 학교 측에 큰 격려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키위 대상의 한국어 교육은 결국 우리 자녀, 교민 그리고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문화 전파 사업이라 하겠다. 본지 역시 이 운동을 후원하기로 결정하고 한교협과 함께 후원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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