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고려인의 러시아 국적 회복
상태바
[칼럼] 고려인의 러시아 국적 회복
  • 김현동
  • 승인 2006.03.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현동
동북아평화연대 사무처장
소련 붕괴이후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로 재이주한 고려인들 중 많은 수가 러시아 국적을 회복하지 못하여 인권문제, 사회문제화하고 있어 고려인의 국적회복에 그간 사회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11월 APEC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고려인의 국적 회복을 선처해달라고 부탁한 바 있고, 푸틴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 법 개정을 지시하였다. 그 결과 러시아 의회에서 미회복 소련 국적자의 러시아 국적회복을 위한 법률이 개정되었다.

내용은 국적취득 신청 기한을 2008.1.1까지 2년 연장하고 구소련 시민권자로서 02.7.1 이전에 러시아에 입국하여 거주등록을 한 사람은 러시아에서 5년 동안 계속해서 살아야 한다는 규정을 비롯해 러시아어 구사 능력, 소득원, 거주 방식 제한 등을 없앤 간소한 절차에 의해 국적취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첫발을 내디딘 정도에 불과하다. 고려인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왕에 정부가 나선 다음에는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성과를 발판으로 실질적인 문제 해결의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급하게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기한다.

우선 국적을 회복하지 못한 고려인 숫자에 대한 파악이다. 아직까지 고려인들의 대략 40%이상이 이런 상태라고 알려져 있을 뿐 정확하게 조사된 자료가 없다. 고려인들은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처지이다.

이를 위하여 대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나아가 러시아 전체의 고려인단체들과 이 문제의 인식을 위한 공동 회의를 조직하고, 러시아의 연해주, 볼고그라드, 로스토프, 모스크바 등 주요 고려인 동포 밀집거주지역내 고려인 단체에 법률 상담소를 개설 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외교통상부에서는 엄청난 예산이 들어간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난 수년간의 동북아평화연대의 경험에 의하면 그렇게 많은 예산이 들어가지 않으며, 어려운 일도 아니다.

또 현재 법령상 국적회복은 고려인들에 대한 특별 조치가 아니라 단지 일반적인 국적 미회복자의 국적회복 간소화 방편일 뿐이다. 하지만 고려인들은 국적 미회복자이지만 강제이주자라는 성격을 갖는다. 러시아 정부는 공식적으로 두차례에 걸쳐서 강제이주를 사과하고 법과 제도로 이들의 명예회복을 약속한 바 있다. 그 조치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국적회복인 것이다.

러시아의 국적회복 대상자는 수백만명이고 지금 당장 조치 가능한 쿼터는 년 수만명이며 고려인은 그중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 정도로 고려인들의 국적회복은 여전히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 정부의 조치는 1단계고, 이후 불법체류자나 2002년 7월 이후 입국자 등에 대해서도 차후 구체적인 조치를 발표한다고 하니 아직 기회는 많이 있는 셈이다.

많은 고려인들은 2002년 이후의 입국자이고 아직 신고조차 하지 못한 불법체류 신분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앞으로 외교통상부가 많은 노력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동북아평화연대에서는 연해주의 고려인 단체들과 지난 2년동안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연해주에서의 국적 미회복자 조사, 자문 변호사를 위촉한 법률상담소 운영, 양측 정부에 청원 제출 등의 활동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활동은 동북아평화기금의 시민 후원자들의 성금으로만 이루어졌다.

동북아평화연대는 정부측에 이러한 사업의 활성화를 위하여 최소한의 재정적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1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지원한다는 소문만 돌 뿐 아직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이 사업을 어디에서 어떻게 진행할 생각인가? 가장 절박한 현장은 여전히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지 않는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