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신 '룰라' 브라질을 살렸다] (1) '강력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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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신 '룰라' 브라질을 살렸다] (1) '강력한 리더십'
  • 한국경제신문
  • 승인 2003.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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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6-11  


"우리는 이념과는 별개로 현실이 변했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파이낸셜타임스 5월29일자 인터뷰)

좌파 노선을 걸어온 노동자당 출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세력인 노동조합을 설득할 때 내세운 논리다.

친노(親勞)정책을 포기하는 과감한 개혁으로 브라질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룰라는 취임 6개월째로 접어든 지금 중산층 및 재계의 성원까지 등에 업고 국민 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국내외 언론들이 그를 두고 '현실주의에 바탕을 둔 믿음 있는 지도자'로 평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지지층에 대한 개혁부터 출발했다

브라질 역사상 첫 좌파 국가수반에 오른 룰라가 집권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의 강력한 지지기반인 노조에 메스를 대는 것이었다.

노조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높은 노동비용 때문에 국가경제 자체가 몰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사실 그동안 브라질의 노동법은 1940년대 이탈리아 무솔리니 정권의 노동법을 그대로 답습, 시대상황에 뒤처져 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특히 노조기부금을 노리고 과도하게 노조가 난립, 거의 매일 파업이 일어나는 등 엄청난 사회적 비용도 뒤따랐다.

그 해결책으로 룰라는 노동자의 의무적인 노조 기부금부터 폐지토록 법률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일은 하지 않은 채 조합원 회비로 살아가는 이른바 '노동 귀족'을 없애겠다는 취지에서다.

2002년말 현재 1만6천개를 훨씬 넘는 노조 수를 줄이기 위해서 노조 통폐합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지도층은 물론 집권 노동자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거셌다.

그러나 "고비용 구조를 도려내지 않고서는 경제가 회생할 가능성은 없다"는 룰라의 설득에 국민 대부분은 강한 신뢰감을 보내고 있다.


◆ 환심성 정치(pork-barrel politics)는 끝났다

노동부문 다음으로 룰라가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사회보장제도 개혁이다.

사회보장부문은 지난 90년대 과도한 정부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수술이 시급한 분야로 지목돼 왔다.

이중 공무원연금은 사회보장부문 총 적자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으나, 공무원 조직의 막강한 파워 때문에 이전 정부까지 개혁의 칼날을 비껴갔다.

룰라는 '욕 먹을 각오로' 공무원연금에 대한 특혜를 폐지했다.

기존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으로 양분된 연기금의 일원화도 추진중이다.

룰라는 일부 공무원들의 거센 저항에 대해 "장기간 실업자 생활을 하다가 첫 직장을 잡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은 그동안 진 빚을 갚아야 할 시점"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결론 없는 참여는 무의미하다

룰라는 '참여적(inclusive)'인 정치 스타일을 선호, 기업 노조 공무원 등 사회 구성원을 개혁프로그램에 대거 참여시켜 컨센서스에 기초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원칙은 있다.

과도한 논쟁 등으로 개혁입법이 지연될 경우 대통령의 결단으로 결론을 도출해 내는 등 결정적일 때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고(高) 인플레를 잡겠다며 국민 대다수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그의 결단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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