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이민자 늘면서 부적응, 피해 사례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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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이민자 늘면서 부적응, 피해 사례 발생
  • maninlove
  • 승인 2003.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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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상당수의 동포들이 국내로 역이주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부적응과 피해 사례가 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작년 한해 현지생활 부적응, 국내취업, 노령, 이혼, 신병치료, 국내취학 등을 이유로 영주귀국한 역이민자는 4천2백57명이었다. (표 참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재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애를 먹는 게 청소년들이다. 부모의 권유로 국내 대학진학을 위해 지난해 귀국한 아르헨티나 동포 박모(17)군은 한국생활 1년 만에 다시 아르헨티나로 되돌아갔다. 박군은 한국어를 잘하는데도 불구하고 "또래 친구들과 전혀 이야기가 통하지 않아 무척 힘들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심한 경우 역이민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왕따'가 되기도 한다고 박군은 전했다. 하지만 역이민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줄 전문적인 상담기관이나 프로그램은 전무한 실정이다.
문화차이로 적응하는데 애를 먹는 경우도 많다. 미국 동포 박상준(24)씨는 "업무와 상관없는 잡무를 시키는 데 반발해 영어학원 강사를 그만둔" 친구의 사례를 전하면서 "한국에서는 공적인 관계와 사적인 관계가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선후배 관계가 무척이나 어색하다"는 재미동포 2세 박모(24)씨도 "한국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텃새'를 부려 생활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중남미·동남아 등에서 역이주한 사람들은 '가난한 비영어권 국가'에서 왔다는 차별을 받기도 한다. 지난 5월2일 구속된 과테말라 동포 김모(22)씨의 사례는 이런 차별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강씨는 유창한 스페인어 실력으로 학원강사 자리를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안고 올 2월 귀국했지만 취업은 쉽지 않았고 가지고 온 돈마저 바닥나 버렸다.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생활하던 김씨에게 외제차를 타고 반말을 일삼는 한국의 또래 젊은이들은 자신의 처지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귀국 직후 만났던 여대생도 처음에는 재외동포라는 사실에 호감을 나타냈지만 빈털터리라는 사실을 알고 헤어질 것을 요구했다. 자포자기한 강씨는 돈을 훔쳐 유흥비로 쓰고 건물을 폭파하겠다는 허위신고를 하다가 결국 구속되고 말았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사정에 어두운 역이민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 중학교 때 괌으로 이민 갔다가 역이민한 유모(30)씨는 직장에서 월급한푼 못 받고 쫓기듯 그만둔 일로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1년 계약으로 택시동시통역서비스를 하는 회사에서 일했던 그는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신경성피부병까지 얻었고 세 달 동안 월급한푼 못 받았다. "그만 둔 다음에는 협박전화까지 받았다. 그 때 일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유모씨는 하지만 자신의 월급이 얼마였는지도 모른다. 계약서를 고용주와 한 부씩 나눠가져야 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윤인진 교수(고려대 사회학과)는 "한국에서는 역이민자의 재적응에 대해서 동정심보다 본인 책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진단하고 "이런 인식이 역이민자들의 재정착을 지원할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장애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광규 동북아평화연대 이사장(전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은 "역이민으로 적응상의 문제를 가장 많이 겪는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영어권 지역의 경우 한국에 돌아오고 싶어도 자녀들의 대학진학 문제 때문에 못 돌아오는 경우도 생긴다는 것이다. 그는 "역이민자들은 두 세계를 아는 사람들이며 다중언어를 구사하는 귀중한 '국가자산'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본규 강국진 기자 (9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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