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의 뉴욕 풍향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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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의 뉴욕 풍향계
  • maninlove
  • 승인 2003.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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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의 뉴욕 풍향계

'과연 그토록 떠들고도 하루도 먼저 나오게 할 수 없다면...'
  
로버트 김, 김채곤 선생을 생각하면 필자는 늘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지면서 큰
빚을 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펜실바니아의 알렌우드 교도소로 그를 찾아가 만난 것이 벌써 99년 4월의 일이
었으니 벌써 4년 전의 일이다.  그때 그와 헤어지면서 "올 크리스마스 때는 밖에
서 뵐 수 있겠죠."했던 것이 영 허언이 되고 말았던 셈이다.  
국내에서 로버트 김에 대해서는 너무나 쉽게 잊고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사실 재
미동포의 입장에서 보면 그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성원과 관심은 결코 작은 게 아
니었다.
필자는 미국 정부가 너무도 완강했고 또 한국정부가 너무도 알아서 기는 형국으
로 대처했던 것이 지금까지 그를 찬 감옥에 있게 한 가장 큰 이유라 여기고 있다
.
  한국정부는 사건 발생 초기에 관련 당시자인 대사관 무관을 서둘러 철수시켜 버
리고 발을 뺏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로버트 김 혼자 모든 멍에를 질 수밖에 없었다
. 한국정부의 이런 자세와 방침은 로버트 김 석방운동을 한계에 직면하게 할 수밖
에 없었던 것이다. 결코 적지 않았던 국내외 집회며 탄원서 또 의원들의 결의문
다 소용이 없었다.  
포한이 맺힌 로버트 김은 이렇게 말한다.
"나의 경우는 미국 방위에 아무 해를 끼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정부에서 말 한
마디만 해도 해결될 수 있는 사건이라고 봅니다.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 저지른 일
도 아니고 미국이 방위에 아무 지장이 없을 정도에서 협조한 것인데 미국에서는
나를 한국에서 보낸 첩자로 인정하면서 종신징역으로 기소했던 것입니다.  그때
한국에서 그것을 부인만 했어도 결과는 달랐을 것입니다. 죄지은 범법자처럼 관계
자를 소환해 버리고 미국 사법부에 말 한 마디 안하고 있었으니...   공모자 없는
공모죄가 있을 수 있습니까."
  최근 낭보가 하나 있었다. 지난 5월 방미 때 노무현 대통령의 수행단에서 미국
고위 관계자에게 로버트 김 사건에 대한 관심과 선처를 부탁했고 미국 측에서도
긍정적인 응답을 했다는 보도가 그것이다.
일부 언론에는 청와대의 반기문 외교수석 비서관과 미 국무부의 제임스 켈리 차관보가 그 주역이라고 실명까지 보도된 바 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김영삼 정부도 못했고 김대중 정부도 못했던 일을 노무현 정
부는 어쨌든 시도는 했다는 셈이다.  한국정부는 일관되게 로버트 김이 미국인이
고 이 사건은 미국 법에 의해 처리된 결과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관여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김영삼 정부는 발뺌하기에 급급했고 오
히려 사건을 악화시킨 장본인이었기에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었다 치더러도 김대
중 국민의 정부로서는 한 마디쯤 할 수도 있었으련만 그러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
도 미국의 신경을 건들이고 있어 눈치 봐야 할 일이 많은데 이 문제까지 안고 가
기 싫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참여 정부답게 일단 넘어온 공을 우물쭈물 자기 코트 안에
방치하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스럽기 짝이 없다. 사실은 의외였다.
  하지만 긍정적인 검토를 하겠다는 미국 정부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
고 청와대측은 계속 이 사안을 축소하고 쉬쉬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의
례적인 상호 립서비스 차원에 머물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이런 사이 세월은 흐르고 있어 김채곤 선생은 내년 이맘때면 나오게 돼있다.
96년 9월에 체포되어 9년형(108개월)을 받았으니 내 후년인 2005년이 만기가 되
지만 미국 행형 제도 관례상 초범이자 모범수인 경우 자동감형 (굿타임 크레딧)
15%, 16개월이 적용되어 94년 3월에 실형 형기는 끝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지금
같아선 그 형기를 꼬박 채울 것 같은 생각이 짙기만 한 것이 사실이다.
"그처럼 많은 사람이 그토록 많은 노력을 했는데 작은 성과라도 있어야 할 것 아
닙니까? 단 하루라도 먼저 나올 수 있다면 지금까지 들어간 그 큰 노력이며 많은
국민이 성원해준 변호사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해요."
김 선생의 부인 장명희 여사가 했던 말이 귓가에 쟁쟁하다.
(필자 뉴욕 라디오서울 케이티브이 앵커, 본보 해외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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