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재외동포정책 독일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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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재외동포정책 독일의 경험
  • 최순종
  • 승인 2006.02.01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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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종 독일 빌레펠트대 교수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제국의 동변 (슐레지엔, 동프로이센 등)에 살던 독일인은 1939년을 전후해 추방이나 강제이주 등의 이유로 50년대 말까지1200만 명이 동독이나 서독으로 귀환했다.

특히 80년대 말 동구권의 몰락 이후 450만 명의 독일계 동포가 귀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러시아, 카자흐스탄, 폴란드 등에 거주하는 독일계 소수민족의 수는 대략 25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런 점에서 독일의 재외동포 정책은 재외동포의 법적 지위와 정책의 수립에 관한 최근 논의에 있어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독일정부의 재외동포 정책에 있어 주된 기조는 역사적 책임의식이라는 인본주의적 사회정책에서 출발하는 바, 다음의 세 가지 측면으로 축약될 수 있다.

첫째, 귀환을 희망하는 독일인과 독일계 동포에 대한 적극적 수용정책이다. 독일의 기본법(제 116조)에 의하면 과거 독일제국의 시민권을 소유했던 자는 물론 그의 배우자 및 자녀, 심지어 독일국적을 소지하고 있지 않지만 (가계)혈통적, 언어적, 교육적 또는 문화적 특성상 독일민족과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 자까지도 독일민족으로 정의하고 일정한 절차에 의해 독일 시민권을 부여한다.

둘째, 종전 이후 귀환한 독일계 동포의 사회통합과 적응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독일어 교육에 관한 지원이다.

이것은 언어적 제한이 없을 때 사회적 통합, 더 나아가 노동시장에 통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지원정책으로서는 귀환자를 대상으로 독일어 교육을 6개월간 무상으로 지원하거나 또는 현지 독일계를 위해 1996년 이후 총 1800여 지역에 4만 여 개의 어학과정을 설치 지원하고 있다.

셋째, 현재 동유럽과 중남유럽에 거주하는 독일계 소수민족들의 현지 사회 정착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독일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도록 지원해 주는 정책이다.

즉 해당국가와의 밀접한 정치적, 경제적 협조관계를 유지하여 재외동포의 지위향상을 추구하는 한편, 독일계의 자치기구를 지원하고, 만남의 장소 설치, 독일어 어학과정, 청소년 교육 또는 직업 재교육 등에 대한 지원을 통해 독일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독일의 정책이 한국 재외동포정책 수립에 시사하는 바는,

첫째, 현재 한국의 재외동포 정책은 노동시장이나 고급인력의 활용 등 주로 어떻게 재외동포를 활용할 수 있는가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재외동포 정책은 우선적으로 재외동포의 현지국에서의 지위보장과 권익증대, 귀환자의 생활보장과 인권보호 등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만 할 것이다.

둘째, 재외동포정책의 수립에 있어 현재적, 미시적 관점이 아닌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이 요구된다. 이는 독일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독일인의 정체성을 유지시키기 위한 방송 및 문화정책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셋째, 독일의 재외동포 정책의 기조가 귀환자들의 사회적 통합과 노동시장으로의 포용에 주안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귀환자 중 사회정책 수혜자가 증가하면서 사회적 갈등 요소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런 사회통합 문제는 주로 귀환자들의 부족한 독일어 능력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따라서 재외동포 정책에 있어서 주력해야 할 것 중 하나는 한국어 교육에 대한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재외동포정책에 관한 현재 논의는 재외동포 정책에 관한 법적,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이 제도를 기초로 한 재외동포의 활용방안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활용방안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역사적 책임의식에서 재외동포를 바라보고, 동포애적, 인류애적,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정책수립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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