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평통을 한민족기구로 대체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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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평통을 한민족기구로 대체시키자"
  • 송광호
  • 승인 2003.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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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를 일이다. 전두환 시절 때 만든 이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일명 평통)제도가 오늘에도 계속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처음 이제도가 생겼을 당시 대부분의 해외 한인동포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안보를 구실로 군사정권유지를 위해 명색뿐인 '통일'이름만 따온 이 제도는 언젠가 군사정권이 막을 내리게 되면 자연히 없어지겠지 하고.
80년대 당시 첫 선발된 평통위원들에 대해 토론토 동포사회 일각에선 이들을 '똥(통)파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주로 총영사관에 빌붙어 있고 순수동포사회와는 간격이 있다해서 이들을 극단화해 부른 아름답지 못한 이름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소위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정권이 몇 번 바뀌었어도 폐지는커녕 동포사회의 가장 큰 官製단체로 변질돼 그대로 명맥을 잇고 있는데 아연함을 금치 못한다. 그런데 정작 웃기는 것은 통일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사람들이 '통일'이란 이름을 빌어 전시효과만을 노려 왔다는 점이다.
그것은 평통이 '조국의 민주적 평화통일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확인하고 범민족적 의지와 역량을 결집한다'는 한다는 취지와도 배치되는 일이다. 지금까지 해외동포사회에선 총영사관이 정부시책 지시에 무조건 동조하는 인물들만 선발해 反北단체의 마치 극우성향의 인상을 동포들에게 주어 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평통위원들이 통일의지와 무관한 사람들로 인선된 것은 그렇다하더라도 문제는 이들이 북한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이려는 노력보다는 아예 이를 기피하고 있다는데 있다. 한 예로 토론토의 경우 그간 북한 기독교인, 여성대표, 체육인, 학자 등이 방문하는 기회가 가끔 있었지만 평통에서 단 한번 그들과 대면하려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다. 한 평통위원 간부는 "북한 인들과 만나면 상투적이고 빤한 얘기일 뿐일텐데 왜 만나느냐"며 "이는 시간낭비일 따름"이라고 접촉자체를 일축한다.  
일반적으로 해외동포사회에서 평통은 냉소의 대상일 뿐이다. 한편 모국정부초청을 정식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동포들은 선망의 눈초리로 바라보기도 한다. 이 때문에 평통 위원선임 때가 되면 자천, 타천으로 자리를 기대하고 이로 인해 북미 곳곳에서 계속해 불협화음이 발생해 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해외동포치고 이 평통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극히 드물다. 너도나도 없애야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하물며 과거 평통위원을 지낸 사람들조차 평통무용론을 강조한다. 결국 평통은 해외 동포사회를 갈라놓는 부정적 역할이 더 크다는 것을 평통위원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늦은 감이 있지만 평통기구는 조속한 개선작업으로 새로운 탈바꿈이 필요하다. 오래 전 평통이 헌법기구로 출범했다해도 대다수의 해외동포가 외면하는 제도라면 과감히 이를 시정해야한다. 대체기구로서 차라리 명칭도 '한민족기구'등으로 바꿔 진정 순수한 동포들이 수긍하고 참여하는 단체로 새로 출범해야 할 것이다.  
서울 평화상과 같이 별 실효가 없는 제도 역시 폐지해야 하듯, 특히 북미 동포들이 출발 때부터 이구동성으로 불신을 사고 있는 해외평통문제 개선 일은 심각히 고려해야할 것이다.  
그럼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살림에 불필요한 예산을 절감하고 국고 역시 축내는 일이 없어질 테니까. (khsong@kado.net) 8.2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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