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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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
  • 홍제표
  • 승인 2003.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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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6일부터 9일까지 일본을 국빈 방문함에 따라 한일간 당면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국간에는 서로의 외교적 비중만큼이나 굵직굵직한 현안이 놓여있다. 반기문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이번 방일에서 ▲북핵의 평화적 해결과 한미일 공조 확대 ▲한일 FTA(자유무역협정) 및 사회보장협정 등 한일 협력기반 강화 ▲재일동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지원방안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북핵을 둘러싼 해법이다. 반 보좌관은 "굳이 현충일에 일본 국왕을 면담하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일관계를 보다 넓게 보면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는데다 서로 긴밀하게 연관돼있다.
특히 한일 과거사 문제가 그렇다. 북핵문제에 근원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양국간 불행했던 과거의 올바른 청산이 전재돼야 한다. 북핵과 관련, '상황이 악화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를 놓고 한일간에 미묘한 입장차가 나타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추가적 조치' 정도가 언급된데 비해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좀더 강경한 조치'가 요구됐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시인 이후 일본 내에서 불기 시작한 급격한 우경화 바람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물론 '납치'는 용인될 수 없는 비인도적인 행위임이 분명하며 이에 따른 대북 정서의 악화는 필연적이다. 그러나 북한 위협론이 필요 이상으로 증폭되고 결과적으로 대북제재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불행한 시나리오다. 마치 '납치'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앞세워  과거 식민지 시절의 '원죄'를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일게 한다.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들이 노 대통령의 방일을 앞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구촌 동포청년연대(대표 배덕호)와 재일조선인 3세 신숙옥(44)씨, 김희선 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달 15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일, 북일 관계에 마찰이 있을 때마다 재일 조선인(재일동포)에 대한 일본 내 탄압이 늘고있다"며 한국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이에 따르면 재일 조선인과 일본인 청소년팀과의 축구시합에서 일본인 응원단이 "납치! 납치!"를 합창하는 지경이라고 한다. 지난해 북일회담 이후 재일조선인에 대한 협박과 폭행사건이 319건이라는 구체적인 통계도 제시됐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시각은 이와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최근 모 일간지와의 회견에서 "우경화에 대한 감정적 대응은 오히려 일본 국수주의자들을 더욱 뭉치게하는 빌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굳이 한다면 책임있는 사람과 은밀히 만났을 때 진지하게 얘기하고 적극적인 대응은 하지 않으려한다"고도 말했다. 물론 관점에 따라서는 노무현식의 철저한 실리외교로 볼 수 있다. 미국 방문 때도 '저자세 외교'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큼 예상 밖의 외교행보를 보인 그였지만, 실리적으로는 적지않은 성과를 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본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현상은 노 대통령의 접근법에 의구심이 들게한다. '현충일 방일'은 그렇다 하더라도 자민당 정조회장의 '창씨개명' 망발과 '유사입법' 통과 문제가 잇따른 돌출악재로 등장했다. 일본이 과연 한국의 대통령 대접을 하고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이 이 같은 '3중고' 속에서 일본을 방문하게 됐다고 전했다. 북핵문제 못지않게 한일간의 묵은 과제를 제대로 풀어나가는게 그 만큼 중요한 이유다. 홍제표기자 (8.3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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