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재외동포 "우리는 `캐시 카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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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재외동포 "우리는 `캐시 카우'가 아니다"
  • 연합뉴스
  • 승인 2006.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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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9 17:53 송고

(뉴델리=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 "우리는 '캐시 카우(cash cow, 수익창출원)'
가 아니다"

이는 인도 정부가 인도계 외국인을 포함한 재외 동포들의 투자 유치를 호소하기
위해 IT(정보기술) 도시인 하이데라바드에서 개최하고 있는 `제4차 인도계 외국인
및 재외동포 회의'에 모인 사람들의 입에서 터져나온 불만이다.

전 정권인 BJP(인도국민당)에 의해 지난 2003년 처음 시작된 이 행사는 같은 핏
줄이라는 정서를 자극해 성공한 인도계 후손들의 투자를 끌여들임으로써 경제성장에 가속도를 더하지는 취지로 마련되는 행사다.

지난해 1월 만모한 싱 총리가 쓰나미 참사로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세안 특별
정상회담에 불참하면서까지 이 행사의 개막을 직접 선언한 것만 봐도 인도가 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인도 정부는 투자 유치를 위해 이들에게 적절한 `당근'도 내밀고 있다.

싱 총리는 지난 7일 개막 연설에서 앞으로 모든 인도계 외국인에게 이중국적을
제공하겠다고 밝히고 상징적인 표시로 미국 시민권자인 니브루티 라이 등 2명에게
해외시민권(OCI)을 제공했다.

이들 2명에게는 참정권이 주어진 것은 아니지만 비자는 평생 면제된다.

총리는 또 2천500만명에 달하는 재외동포(NRI) 중에서 걸프 지역 거주자에게는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총리는 인도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호소했고 이는 이후 등장한 다른
지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P. 치담바람 재무장관은 나아가 "인도가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보유하고 있는 것
은 전적으로 여러분 덕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치담바람 장관의 이 발언은 해외 근로자의 본국 송금액에서 인도가 220억달러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인도가 이중국적을 주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다 매년 열
리는 회의에서 정치 지도자들이 한결같이 투자 요청만 늘어놓다 보니 이번에 모인 1
천여명의 NRI 사이에서 결국 `거부반응'이 터져나왔다.

9살때 이스라엘로 건너갔다는 아베바 이스라엘은 "행사 참가자들의 다수는 비즈
니스나 IT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전제하고 "그런데도 역사와 예술, 봉사활동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프랑스 국적의 치과의사인 콜레 미니에포은 "할아버지 시대에 프랑스로 이주했
기 때문에 모국어를 배우지 못했고 프랑스 이름을 갖게 됐다"며 "우리가 이번 회의
에 참석한 것은 단지 정서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아르빈드 S. 아이예르는 "NRI라 하면 무조건 달러 부자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됐다"면서 "돈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전문적 식견이나 아이디
어를 끌어들이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다른 참가자는 "우리는 조국에 돈을 보내 주는 기계가 아니다"고 항변했다.

현지 언론은 9일 이처럼 참가자들의 상당수가 비즈니스 때문이 아닌 "뿌리를 찾
겠다"는 정서적인 이유로 이번 행사에 참가했는데 주최측이 한결같이 `돈'과 `투자'
만 내세우는 바람에 오히려 역풍을 자초했다고 개탄했다.

다만 일부 참가자들은 시민권과 함께 제한적이긴 하지만 투표권까지 주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진일보한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내렸다.

한편 싱 총리는 지난해 뭄바이에서 열린 제3차 회의에서도 "인도 헌법이 선포된
지난 1950년 1월26일 이후 인도를 떠난 모든 이민자에게 이중시민권을 허용할 계획"
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http://blog.yonhapnews.co.kr/wolf85/

wolf8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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